예천 회룡포와 문경새재
제주를 떠나 경기도 광주에 정착한 후로 고향집 (경산/대구)에 내려갈 때마다 자차를 이용합니다. 장례식 등으로 급하게 당일 또는 1박으로 내려갈 때는 수서역에서 SRT를 이용하지만, 명절 연휴를 보낸다거나 집에서 물건을 함께 가져와야 할 때는 직접 운전해서 내려갑니다. 광주에서 경산까지 다양한 경로가 있지만, 보통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사고나 공사 등으로 막히지 않으면 D2D 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전에도 장거리 운전은 거의 하지 않았었고 제주에서는 1시간 넘게 운전할 일이 없었지만, 의외로 육지로 나와서 3~4시간의 운전이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급한 화장실 용무가 아니면 휴게소도 들러지 않고 바로 집까지 운전해 갑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5~6번을 그렇게 갔다 왔다 하니 이제 집에 내려가는 것이 조금 단조롭게 느껴집니다. 크게 지루한 것은 아니지만 3시간 동안 그냥 차에 앉아서 운전에 집중하는 게 영 재미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귀향길 중간 즈음에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경치 좋은 곳을 방문해서 사진을 찍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예천의 회룡포로 경유지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귀경길에는 문경새재 부근에서 고속도로가 막혀서 문경새재IC와 연풍IC 사이를 국도를 이용했는데, 고속도로를 벗어난 김에 그냥 문경새재를 방문해보기로 했습니다.
회룡포는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입니다. 낙동강 상류의 물길이 산 사이를 굽이 흐르며 모래톱을 만들어둔 곳에 생겨난 마을입니다. 전날 그리고 내려가는 중간에 비가 와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비는 그쳐서 회룡대 정자에 올라서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었고 뿅뿅다리도 건너서 마을 안도 들어가 봤습니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다 보니 이런 논밭의 정경이 참 그립습니다. 특히 제주에서 일부 밭벼를 재배하지만 이런 넓은 논을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이런 걸 보면 지금 육지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올해 추석이 평소보다 이른 시기라서 아직 황금들녘이 아니라는 점...
폭이 8~90cm 정도 되고 불어난 물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멈칫하기도 했습니다. 비로 물이 불어서 보기는 좋지만 한편으론 좀 탁해서 아쉽기도...
제1뿅뿅다리가 제2다리보다 더 안정감을 주는 게 다소 신기함... 높이가 조금 더 낮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폭이 조금 더 넓어서 그런 건지...
그리고 국도를 이용해서 집으로... 예전 신문기사와 전 직장 동료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한번 가보고 싶었던 하양에 있는 무학로교회를 잠시 들렀다가 집으로... (무학로교회 사진은 아이폰으로 한 장만 찍어서 일단 생략)
아직 시기가 조금 일러서 많이 피지는 않았음. 어릴 적부터 코스모스는 이렇게 가을에 폈는데, 제주에서는 여름철에 코스모스가 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했음.ㅎㅎ
경산에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시간이 남아서 잠시 들렀습니다. 예전부터 버스를 타고 수백 번은 지나쳤던 곳인데, 한 번도 내려서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었는데, 잠시 시간이 비어서 방문했습니다. 며칠 전에 이 고분에서 나온 여성의 뼈로 얼굴을 복원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마침 여기를 다녀온 뒤라서 더 눈길을 갔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눈 앞에 보이는 아파트들이 들어왔습니다. 저 아파트가 4~5억을 넘는다는 게... (광주에서 아파트 사지 말고 저걸 사뒀으면 더 차익을 남겼을 듯ㅠㅠ)
월요일에 휴가를 내고 천천히 귀경했습니다. 하지만 문경새재와 연풍 사이에 길이 막혀서 내비가 국도를 이용하도록 안내했습니다. 국도로 내려온 김에 그냥 근처 문경새재에 가보자는 생각에 목적지를 변경했습니다. 회룡포에 들어갈 때는 꽤 먼 거리였는데, 다행히 문경새재는 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어서 멀리 돌아가지 않아도 됐습니다. 혹시 중부내륙을 이용한다면 문경새재는 한번 가볼 것을 추천합니다. 중학교 아니면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가면서 단체로 문경새재를 들렀던 기억이 있는데, 벌써 25년이 지났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때는 문경새재 제1관문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왔던 것 같습니다.
제1관문은 현재 완전 해체 후 복원 중이라서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제2관문까지 가는 길은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넓은 산책로입니다.
3.5km만 더 걸어가면 제3관문이 나오지만, 이번은 계획에 없던 방문이라서 제2관문에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산에 오르고 내려올 때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여럿 봤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등산로 입구에 신발장과 발을 씻는 곳이 마련돼있어서 맨발 등산객들이 많았던 거였습니다. 등산로도 가파르지 않고 고운 흙이어서 맨발 산행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맨발이면 아래 계곡에 내려가거나 옆길로 빠져서 구경하기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문경새재는 계획 없이 방문해서 더 좋았지만 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좀 더 이른 시간에 와서 제3관문까지 걸어가 봤더라면, 산책로에서 빠져나와 다양한 경치를 즐겼더라면, 정자에 오르거나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쉬었더라면, 아니면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영화나 드라마 촬영하는 걸 구경했더라면... 등등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일찍 가서 좀 더 다양한 체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을에 단풍이 더 짙어졌을 때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9월 초의 늦여름에 방문하는 것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