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는 능소화

하마터면 능소화를 놓칠 뻔했다

by JejuGrapher

7월도 이미 더위와 함께 익어가고 있다.

카메라를 챙겨서 밖에 나가려 해도 시원한 집을 벗어나기가 무섭다.

그럼에도 지난 주말에 용기를 낸 것은 자칫 시간을 더 보내면 올해의 능소화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어떤 풍경이나 대상은 많이 고민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봐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역으로 어떤 대상은 대수롭지 않게 셔터를 눌렀는데도 마음에 든다.

능소화가 그렇다. 이미 생기를 잃은 능소화도 사진을 찍고 나면 다시 생명력이 넘치는 것 같다.

사진으로 밥 벌어먹고 살 사람도 아닌데, 이제 사진은 좀 대강 찍자.

그냥 발이 가는 대로 눈이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늘 걸어서 퇴근하는 길가에 엄청나게 크게 자란 능소화 넝쿨이 있었다. 시골집에도 능소화가 있긴 하지만 이것에 비하면 쨉도 안 된다. 집에도 큰 능소화를 키워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늘 봄이면 시골집에 벚나무 4~5 그루를 좀 심어놔라고 어머니께 성화를 부린다. 은퇴 후 낙향했을 때 감상하기 위한 내 욕심인데, 괜히 어머니께 심술을 부린다. 벚나무가 4월을 위한 거였다면, 7월을 위해서 큰 능소화를 키워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담의 이쪽 끝에서부터 저쪽 끝까지 능소화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내년도에는 진짜 벚나무도 심고 능소화도 담벼락 쪽에 심어야겠다.

조금 이른 시간에 아점을 먹어서 오후가 되니 출출하다. 근처 햄버거집에서 포장해서 돌아오는 길에 아름답게 핀 능소화를 발견했다. 남의 집 대문이지만 욕심이 났다. 담벼락이 아니라 대문 위로 능소화를 심어야 하는 걸까? 어쨌든 시골집에 능소화는 꼭 크게 키워야겠다.

몇 해 전만 해도 능소화의 존재도 몰랐고 그러니 당연히 이름도 몰랐다. 그저 운전하면서 주황색 꽃이 폈네 정도의 감흥이었고 굳이 사진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들풀이었는데... 의무감으로 주말마다 사진을 찍으러 나가던 제주생활에서 대상 거리가 없을 때 능소화를 찍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였는 것 같다. 능소화앓이를 시작한 것이...

IMG_7907.jpg
IMG_7949.jpg

제주의 능소화는 제주 돌담과 잘 어울린다. 제주를 떠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 여전히 그립긴 하다. 막 제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런 건 아니지만 여유로웠고 언제나 자연이 가까이 있었고 언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 거다.

시골집에 핀 능소화

7월에는 이제 능소화 사진을 찍을 거다. 그리고 시골집은 능소화로 장식할 거다. 그냥 그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