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숲, 비자림
나도 제주도에 여행 가고 싶다.
지난주에는 만약 내가 제주에 여행 간다면 서쪽에서는 용머리해안을, 동쪽에서는 비자림을 가겠다고 적었습니다. 그래서 비자림을 소개합니다.
비자림에 대한 얘기는 오래전부터 들었지만, 처음 비자림에 방문했던 것은 2012년 3월이었습니다.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할 일이 없어서 무작정 찾아간 곳입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이런 곳이 시크릿 가든이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현빈과 하지원이 주연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대한 잔상이 1년이 넘도록 남아있어던 때였습니다. 어쨌든 비자림은 저의 시크릿 가든이 되었고, 여행지를 문의하는 지인들에게 꼭 추천해주는 장소가 됐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너무 많은 분들이 찾는 곳이 돼서 소개해주는 것도 미안해집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밟았던 송이 알갱이는 지금은 거의 모래나 흙이 돼버렸습니다.
굳이 비자림을 찾아오지 않는다면 비자림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있지 않습니다. 다른 유명 관광지들은 대게 사람들의 동선에 맞춰져 있지만, 비자림은 동쪽 내륙에 있기 때문에 지나는 길에 그냥 들러볼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제는 매우 유명해져서 제주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됐습니다. 올레길이나 사려니숲길과 같이 길게 걷지 않고, 제주의 자연/숲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비자림을 추천합니다. 비슷한 이유로 절물자연휴양림이나 한라산생태숲, 그리고 동백동산 같은 곶자왈도 좋습니다. 비자림에 왔으면 주변에 다랑쉬오름이나 용눈이오름을 함께 방문하면 좋은 여행 코스가 나옵니다.
비자림은 문자 그대로 비자나무 숲입니다. 몇 백 년 수령의 비자나무들이 울창하고, 그 사이로 8자 모양의 송이길과 자갈길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거리도 약 2km라서 걸어서 약 30분이면 산책로를 돌 수 있습니다. 물론 사진을 찍지 않는다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안에 두개의 나무가 하나로 합쳐진 연리목도 있고, 그 외에 제주의 다양한 나무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천남성이라는 빨갛게 익은 열매도 볼 수 있는데, 사약 재료로 사용됐다니 예쁘다고 함부로 만지거나 먹으면 큰일 납니다. 입장료는 1,000원 정도인데 (도민 무료), 여행 와서 이걸 아낄 이유는 없겠죠. 제주시 기준으로 조금 멀지만, 지인들이 여행 오면 종종 함께 들러는 곳인데, 방문할 때면 비가 자주 내렸습니다. 숲길이지만 코스가 무난해서 비가 와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비자림 산책로는 8자 모양인데, 아래 사진은 산책로를 반시계 방향으로 걷는 것을 기준으로 나열합니다.
산책로의 시작은 송이길입니다. 송이는 화산이 분출하면서 생긴 빨간 색의 일종의 화산재입니다. 색깔도 특이하지만 송이길을 걸으면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참 좋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알갱이 입자가 컸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많은 이들이 찾고 밟아서 크기가 많이 작아졌습니다. 옆으로 큰 비자나무들이 줄지어있습니다. 비자나무는 각 나무별로 고유의 번호를 가지고 있고, 수백 년의 수령이라 보호받고 있습니다.
8자의 안쪽 코스에 들어가면 송이길이 끝나고 자갈길이 나옵니다. 최근에 코스가 살짝 변경된 듯합니다. 안쪽 코스의 끝 부분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경우), 아주 큰 새년천비자나무와 연리목이 있습니다.
비자림 산책로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마지막 부분에 있는 돌담과 송이길입니다. 제주의 특색을 보여주는 돌담과 송이의 조화가 참 좋습니다. 집이나 회사 옆에 있었다면 매일 아침에 한 바퀴씩 걸어보고 싶은 곳입니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