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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Jan 04. 2016

34. 만추의 숲

서귀포자연휴양림

왜 진작 오지 않았을까?


주말이면 또 어디론가 사진을 찍으러 나갑니다. 보통은 새로 알게 된 장소나 그 시기에 놓쳐서는 안 되는 장소를 찾아 나서지만 항상 준비된 것은 아닙니다. 계획이 없는 주말은 "오늘은 또 어딜 가야 하지?" 라며 고민에 빠집니다. 장소가 정해지지 않더라도 그냥 대강 동서남북 방향만 정하고 길을 나섭니다.


늦은 가을인 11월 중순에 또 그런 주말이 찾아왔습니다. 한동안 계속 흐리고 비가 와서 굳이 집을 나서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아니면 되돌릴 수가 없기에 카메라를 챙겨서 길을 나섭니다. 그냥 한라산 중산간에 놓인 산록도로를 달립니다. 한라산 너머로 구름이 지나가는 것이 멋져서 사진을 찍습니다. 제주의 가을 은행은 색이 밋밋해서 볼품이 없는데 작년에 봐 뒀던 서귀포의 은행나무가 생각나서 1100도로로 향합니다. 1100도로를 지날 때면 그냥 나중에 와봐야지 했던 서귀포자연휴양림이 보여서 그냥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그리고 중형차 주차료 2,000원. 그렇게 3,000원을 내고 휴양림으로 들어갔습니다. 1100도로를 지나오면서 안개가 짙어서 안개 숲 사진을 기대했는데, 영실 입구 정도에 내려왔을 때 벌써 안개/구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쉽다! 입구에서 숲길로 들어섰을 때는 그저 또 하나의 숲길을 걷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금방 똑같지 않음을 깨달았지만... 늦가을 정취가 그대로 묻어나는 산길과 산책로를 걸으며 내가 이곳을 너무 늦게 찾아왔다는 후회가 밀려듭니다. 몇 년 전에 찾아왔더라면 벌써 여러 번 찾았을 법했고, 특히 1~2주 전에 찾아왔더라면 더 가을가을한 제주의 숲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러나 그날 오후의 만추가 어쩌면 더 분위기가 맞습니다.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봄이나 여름이 아닌 가을을 택할 것이고, 10월 중후반에 찾아오고 11월 중순에 다시 찾을 겁니다.


휴양림의 산책코스는 약 4km 정도 (전망대 코스 제외)라서 길게 잡아도 2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습니다. 특이하게 숲길과 아스팔트길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란히 있어서 취향에 따라 골라 걸을 수가 있습니다. 다리가 아픈 분들은 그냥 차를 타고 일방통행 아스팔트길을 드라이브해도 됩니다. 주차비를 냈다면 차를 몰고 가는데 추가 요금은 없습니다.

늦은 가을이라서 낙엽이 길을 수북히 덮고 있다.
단풍 낙엽
물웅덩이에 떨어진 낙엽
산책코스 중간중간에 쉼터가 있고, 충분한 주차공간이 있다. 가족 단위 피크닉으로 안성맞춤이다.

이 사진을 굳이 선택한 이유는 산책로에 주차공간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총 수십대의 주차공간이 있습니다. 늦게 가면 정차할 수 없겠지만, 적당히 이른 시간에 가면... 만약 서귀포에서 살고 있다면 가족들과 가벼운 피크닉으로 이곳에 자주 왔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주시에서는 좀 먼 편이라서, 근처에 절물휴양림이나 그런 곳에 갈 듯^^

계곡에 수북히 가라앉은 낙엽
산책로의 낙엽 무더기
천천히.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남서쪽 (HDR)

이곳을 찾는다면 전망대를 꼭 가볼 것을 권합니다. 6~700m 더 걸어가야 하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입니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옆으로 개울이 흐른다.
산책로와 낙엽
여전히 푸른 고사리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

M: https://medium.com/jeju-photography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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