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제주담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juGrapher May 02. 2016

51. 이봉일도

수월봉과 당산봉 그리고 차귀도


제주의 서쪽 끝은 바람의 땅이다.


제주도에 갓 내려왔던 2008년 어느 주말에 팀장의 호출을 받아서 제주의 동쪽 끝에 있는 지미봉에 올랐습니다. 오름이 뭔지도 모른 채 오름을 처음 접했습니다. 동쪽 끝에도 오름이 있다면 서쪽 끝에도 오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서야 서쪽 끝을 탐험했습니다. 동쪽 끝에 지미오름이 있다면 서쪽 끝에는 수월봉과 당산봉이 있고, 또 바다 건너편으로 차귀도가 있습니다. 제주의 서쪽 끝은 그렇게 두개의 오름과 하나의 -- 하나가 아니지만 -- 섬이 있습니다.


제주는 사람을 참 게으르게 만듭니다. 제주시에서 수월봉까지 길어도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제주 생활에 익숙해지면 한 시간의 거리는 참 멀고도 멉니다. 차를 타고 10분 내에 도착할 수 없는 곳이라면 그냥 먼 곳이라는 게 제가 생각하는 제주의 거리감입니다. 제주에 살고 있으면 중문이나 서귀포를 매주 놀러 갈 것 같지만 큰 맘먹지 않으면 일 년에 몇 번 가지 않고 어떤 해에는 한 번도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수월봉은 참 먼 곳에 있습니다. 제주도에 여러 일몰 포인트가 있지만 그래도 가장 상징적인 곳은 서쪽 끝일 것이고, 그래서 아주 가끔 찾곤 합니다.


수월봉에 오르면 제주 바람을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제가 찾을 때마다 날려갈 듯이 매서운 바람을 맞고 돌아옵니다. 그 바람이 참 상쾌합니다. 수월봉의 북쪽  맞은편에 당산봉이 있는데, 서쪽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올라갔던 곳입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일부러 찾는 곳이 됐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 사진에서 설명하겠지만 당산봉 아래로 펼쳐진 알록달록한 밭의 전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일몰 시간에 맞춰서 수월봉/당산봉을 찾는다면 차귀도 너머로 넘어가는 해넘이, 즉 차귀낙조를 보는 것이 서쪽 끝 여행의 핵심입니다.

수월봉에서 내려다보는 제주도 (산방산)
잘 보면 보이는 한라산
수월봉에서 보는 당산봉, 엉알해안, 그리고 차귀도
수월봉에서 보는 서쪽 바다
수월봉 절벽 아래의 파도
당산봉에서 내려다보는 밭

원래 수월봉을 찾아갔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수월봉 정상 (차를 타고 갈 수 있음)에서 가을걷이가 끝나고 겨울 파종이 시작되는 이 시기에 여러 색으로 물든 밭의 색에 매료됐습니다. 그런데 앞쪽으로 전신주와 전선이 어지럽게 있어서 사진을 찍기에는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실망하며 돌아오는 길에 바로 옆에 있는 당산봉이라는 곳을 계획 없이 올랐습니다. 다행히 당산봉에서는 아래로 밭의 전경을 온전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 이 모습을 보기 위해서 몇 차례 더 찾았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제주의 봄과 가을에는 파종과 결실이 함께 이뤄지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아직 식물이 자라고 있는 밭도 있고, 봄/가을걷이가 끝난 곳도 있고, 또 새로 파종을 했거나 파종을 위해서 밭을 갈아둔 곳, 그리고 휴지기의 밭도 있습니다. 화산석이 부서져서 형성된 제주의 흙은 검은색이고, 여기에 누른 황토까지 더했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알록달록합니다.

당산봉에서 내려다 보는 고산리
당산봉에서 보는 차귀도
차귀낙조
수월봉과 당산봉 (차귀포구)를 잇는 엉알해안로

뒤로 보이는 곳이 수월봉입니다. 예전에는 이곳도 차를 타고 지날 수 있었는데, 이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위험해서 차량은 더 이상 통행할 수가 없습니다.

차귀도의 노을 (장노출 사진)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

M: https://medium.com/jeju-photography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매거진의 이전글 S15. 봄비 내린 아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