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청보리축제
벌써 네 번째 방문이다. 2013년 이후 매년 4월 말이나 5월 초에 가파도를 다녀왔다. 청보리가 익어가는 이 시기가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말에는 어폐가 있다. 여름이나 겨울 등 다른 계절에 가파도에 들어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가파도는 보리가 익어가고 청보리축제 시기에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다.
4월에 가파도에 가면 청보리를 실컷 볼 수 있지만, 그저 청보리를 보기 위해서 가파도를 찾는 것은 아니다. 청보리밭과 바다 너머로 보이는 형제섬, 송악산, 산방산, 그리고 한라산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서 가파도를 찾는다. 보리가 보고 싶다면 제주도 도처에 보리밭들이 많다. 특히 내도동의 보리밭은 가파도를 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대안이다. 최근에는 주변에 건물이 많이 들어서서 예전 모습이 아니지만...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늘 출발 전날 날씨부터 확인한다. 단순히 청보리밭을 보고 가파도 올레를 즐길 거면 이걸로 충분하지만, 온전한 한라산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미세먼지도 적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미세먼지가 좋을 때가 별로 없다. 그래서 그냥 날씨가 좋으면 그냥 가본다. 처음 찾았던 2013년도에 공기가 깨끗해서 한라산을 제대로 보고 왔다고 기억하는데, 다시 예전 사진 (위의 대문 사진 참조)들을 꺼내보니 매년 미세먼지 수준이 비슷했던 것 같다. 가파도에 살고 있지 않고 아무 때나 찾을 수 없기에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까 보다.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심하다면 겨우 한라산의 윤곽이라도 보는 날이면 감사할 따름이다. 제주의 공기가 왜 이리 나빠졌을까?
가파도는 딱 2시간 정도만 돌아보면 충분하다. 처음 찾았을 때는 3시간의 여유를 두고 들어갔는데, 예정보다 일찍 나왔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배표를 끊을 때부터 2시간 여행을 가정하고 끊어준다. 예를 들어 9시 배로 가파도에 들어갔다면 11시 25분에 돌아오도록 처음부터 그렇게 배표를 끊어준다.
개인적으로 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순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뒤로 흐릿하게 윤곽만 겨우 보일 뿐 한라산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함정이다. 그래도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심하다면 이 정도라도 한라산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하루 전날 (금요일)에는 이것보다 좀 더 시계가 좋았는데 그냥 휴가 내고 놀러 갔었어야 했다.
바닷가 돌담의 돌들은 오랜 풍파를 견뎌서 이렇게 둥글둥글하다.
모슬포항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배를 타고 가파도에 들어가려던 사람들이 또 조금이라도 빨리 섬을 빠져나가려고 길게 줄을 선다.
배 구조물 때문에 들어가는 배에서는 가파도 전체를 제대로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돌아오는 배에서 전체 사진을 찍어서 들어가는 배에서 본 가파도의 전경이라고 이름을 붙이려 했는데, 돌아오는 배의 스크루 물살 때문에 들어가는 모습이라고 뻥을 칠 수가 없었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