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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Jul 11. 2016

61. 애증 愛憎의 바다

월정리 해변

월정리에 가면 늘 아쉬움만 한 가득 안고 돌아온다.


입소문이 나더니 어느 순간 접근조차 힘든 곳이 됐다. 이젠 해안도로를 조용히 드라이브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입소문과 함께 사람과 자동차가 밀려왔다. 조용하던 시골의 해안가는 이젠 매일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월정리... 그래서 애증의 장소다. 참 조용하고 아름다웠는데 이젠 명성만이 남았다. 그래도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에 제대로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것이 늘 아쉽다. 그래서 발길이 덜 닿은 곳에서 더 많이 셔터를 누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용한 시골 해안가에 카페가 하나 들어섰다. '아일랜드 조르바' 이젠 그 카페도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새로운 카페들과 레스토랑들이 몰려왔다. 사람들이 찾는 곳이면 어디든 다 그렇듯이...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쉽지가 않다. 월정리가 처음 소개됐던 시절, 대표적인 뷰를 사진에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 이렇게 후회가 된다니... 어쩌면 나도 지금의 월정리에 책임이 있다. 소문을 듣고 찾았기 때문이다. 지금 찾는 이들도 다 그렇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크고 오래전부터 있던 함덕이나 김녕보다 이젠 월정리에 사람들이 더 몰린다. 함덕과 김녕은 여름 한철이지만 월정리는 계절도 없다. 그런데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에는 적막만 흐른다. 그래서 더 아쉽다.

월정리가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의 월정리 해변

월정리를 처음 찾았을 때는 날씨가 좀 흐리고 쌀쌀한 가을/초겨울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일랜드 조르바에서 그냥 커피만 한잔 시키고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뒤쪽에 있는 건물이 카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도로변에 2평 남짓한 작은 건물에서 그냥 커피만 만들어서 테이크아웃 잔에 팔던 곳이 아일랜드 조르바였습니다. 그렇게 월정리에는 그냥 작은 해변이 있는 어촌 마을이었습니다. 후에 아일랜드 조르바는 평대리로 옮겼고 (최근 수요미식회에 등장했던 곳), 카페는 '고래가 될 카페'로 이름을 바꿨는데 최근에는 월정리의 랜드마크였던 그 건물마저 철거했습니다. 이젠 수많은 카페와 상점들로 변한 그저 그런 카페 해변이 됐습니다. 첫 방문이 스산한 날씨가 아니었더라면 많은 사진과, 특히 벽에 뚫린 창으로 내다보는 바다 사진을 찍었을 텐데... 가장 대표적인 그 장면 사진이 제겐 없습니다. 위의 사진은 한참 후에 하루 휴가를 내고 제주도를 돌아다니던 날에 찍은 덜 부비던 월정리의 해변입니다.

해변에서 사진을 찍는 여인
월정리 해변
월정리의 랜드마크인 도로변의 작은 의자들
차가 막혀서 잠시 정차된 순간에 이 사진만 남겼다.

어느 여름날 이른 아침에 다랑쉬오름을 찾았다가 북동쪽 해안도로로 집으로 돌아왔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없다. 월정리의 본래 모습을 찾은 것 같지만 또 그렇지가 않다.

이른 아침에는 사람들이 없다.
월정리 바다와 부두
부두에서 본 월정리 해변
이른 아침에는 파라솔만 해변을 채운다.
건조 중인 한치
부둣가 반영

그리고 저녁이 되면 다시 적막이 찾아온다.

저녁의 월정리 바다
짙은 어둠이 내린 후에...

그리움이 아닌 아쉬움으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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