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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Jul 24. 2024

무간지옥의 끝없는 굴레

무간도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인 무간지옥으로 가는 길이 무간도이다. 흑백영화와 같이 무색으로 보이는 영화 속 홍콩의 모습은 이곳이 무간지옥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영화 속 사회는 범죄조직이 세력이 경찰을 위협할 만큼 크다. 이곳에서 반대의 면에서 같은 운명을 공유하는 두 인물이 있다. 잠입 경찰인 진영인과 잠입조직원 유건명이다. 진영인은 경찰이지만 잠입수사를 위해서 손을 더럽힌다. 유건명은 범죄조직의 일원이지만 경찰 내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다. 신분과 행동이 모순적인 이들이다. 범죄조직과 경찰이 서로 물고 물리는 이 사회에서 둘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이 둘 중에서 마지막의 웃는 자는 없다. 10년 전 서로의 조직에 잠입했을 때 그들은 이미 무간도 위에 있었다.


진영인과 유건명
  진영인과 유건명은 각자 반대의 운명으로 살아간다. 그들이 모순적인 삶을 살게 된 것에는 자신들의 의지가 크진 않았다. 각자 명령을 받고 잠입하게 되었다. 얼마나 긴 잠입생활을 예상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흘러간 세월이 10년이다. 10년이 지난 이후 자연스러운 생활이 가능해졌지만 어딘가 모를 공허함이 남는다. 반대의 삶에서 오는 압박감과 언제 들킬지 모르는 심리적 불안감이 일상이 되었다. 이들이 처음 조우한 것은 오디오 가게였다. 형사와 잠복조직원이 아닌 오디오를 좋아하는 두 사람으로 마주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따뜻하고 밝게 묘사되는 장면 중 하나이다. 회색도시와 대비되는 이 장면은 둘의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아늑하고 좁은 오디오 가게의 따뜻한 조명, 편안하고 밝은 미소로 오디오를 듣는 모습은 무간지옥이 잠시 멈춰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 만남을 뒤로하고 둘은 더 이상 긍정적인 관계로 남을 수 없었다.

  이 둘은 조직의 신뢰를 바탕으로 두 조직의 충돌의 중앙에 서게 되어 충돌한다. 결과적으로 두 수장이 죽음을 맞으며 사건은 일단락된다. 이 가운데 유건명은 먼저 운명을 거스르려 했다. 자신의 보스를 죽이며 영원히 경찰로 남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그리 되었다. 하지만 그가 있는 곳은 10년 동안 벗어나고자 했던 무간지옥의 한가운데이다. 다른 이들을 속였지만 마음 한편에 불편함을 평생 동안 안고 살아가야 한다. 진영인은 첩자 유건명을 신고하고 경찰 신분을 보장받으려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다른 첩자에게 죽임을 당한다. 진영인도 결과적으로는 신분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본인이 그 모습을 영원히 보지 못한다. 그들은 마지막에 자신의 뜻대로 인생의 방향을 정하려고 했지만 그 방향은 무간지옥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는 맞물려 자신을 옥죈다.




황국장과 한침
  황국장과 한침은 경찰 강력반과 범죄조직의 수장이다. 또한 두 인물에게 상대 기관에 잠입하게 지시한 인물이다. 진영인과 유건명이 무간도를 걷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둘 역시도 지옥 같은 삶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침은 자기가 심어놓은 첩자에게 최후를 맞이하였다. 그의 최후는 참으로 초라했다. 황국장도 범죄조직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진영인을 복직시키지 못한 것이 마지막까지 죄책감으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가 진영인에게 건넨 시계에는 유대도 담겨있지만 미안함도 같이 있다.

회색빛 도시, 무간지옥
  회색빛의 도시, 복잡하고 어수선한 도시이다. 그리고 이 도시를 쟃빛으로 만드는 건 색뿐만이 아니라 범죄조직의 영향도 있다. 범죄조직이 강력반의 국장을 죽이는 게 가능한 도시는 매일 불안에 떨어야 할 것이다. 서울을 생각해 보면 그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진영인과 유건명도 결국 이 사회로 인해 불운한 인생을 살았다. 이 잿빛도시가 어쩌면 가장 넓은 범위의 무간지옥은 아닐까. 무수히 범죄가 저질러지고 그 범죄를 위해 젊음이 희생된다. 경찰도 끊임없이 범죄를 막다 희생된다. 이 사회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제2의 진영인과 유건명은 또 나올 것이다. 그러니 이 도시의 사람들은 끊임없는 무간지옥의 굴레에서 살아가는 셈이다.










글에 사용된 사진의 모든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네이버 영화의 스틸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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