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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Aug 17. 2022

그 시절 사랑했던 것, 꿈꿨었던 것에 '귀를 기울이면'

귀를 기울기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원곡과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노래를 부르는데, 그때의 주인공의 부끄러움과 기쁨, 행복이 온전히 전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 느낌이 좋아서 때때로 이 영화가 생각난다.

 



 주인공인 시즈쿠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중학생이다. 벌써부터 장래에 대한 고민을 하는 모습에서는 또래에 비해 많이 성숙해 보인다. 그렇지만 친구들과 연애 이야기를 하거나 시험에 대해서 한숨을 늘어놓는 것을 보면 시즈쿠도 그 나이대의 어린 학생이라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시즈쿠는 보다 우리의 어린 시절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세이지는 유별난 친구이다. 시즈쿠가 그를 알기 전에는 도서 카드에 항상 이름이 먼저 적혀있었던 신비한 사람이었다. 후에 그를 알게 된 후에는 자신의 진로를 위해 벌써부터 유학을 준비하는 성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시즈쿠는 세이지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와 다르게 진로에 대해 갈피를 못 잡는 자신에 대해 걱정도 많다. 그래서 세이지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3주 동안 열심히 글을 써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글을 써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던 그녀에게 첫 독자인 골동품 할버지는 정성껏 책을 읽고는 시즈쿠에게 말한다.


그래 거칠고 덜 다듬어진 게 마치 세이지의 바이올린 같더구나. 시즈쿠의 원석을 보게 돼서 기뻤다.




 이 영화는 꿈을 좇는 두 사람을 보여준다. 시즈쿠와 세이지이다. 시즈쿠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이제 막 세공을 시작하는 원석에 가깝다. 세이지는 그보다 일찍 다듬기 시작한 원석이다. 시즈쿠는 세이지와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늘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세이지도 결국은 보석이 되어가는 중임을 알았을 것이다. 시즈쿠와 같이 처음 꿈을 꿀 때는 단지 저 멀리 보이는 산의 꼭대기만 보이고 그곳으로 가는 험난한 길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는 잘 닦여진 길 위로 정상을 가지만, 다른 이는 거친 바위를 지나고 숲을 통과해야 하는 길로 정상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가고자 한다면 두 길 다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길이다. 시즈쿠는 이제 막 짐을 챙기고 집을 나와 초행길에 오른 것이다. 


  우리가 정상에 오르면 그 위에서 수많은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사진을 정상에서만 찍는 것은 아니다. 산을 오르면서 보이는 꽃, 동물들 그리고 사람들 같이 다양한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정상의 사진만큼 그런 사진들도 충분히 아름답다. 이 영화가 낭만적인 것은 꿈을 이루는 과정이 아니라 꿈을 꾸는 과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부족하고 잘 모르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하나씩 첫 발을 내딛는다. 그 한 발 한 발에 기대와 기쁨과 설렘이 공존한다. 그렇게 꿈꿨었고 꿈꿀 수 있던 그런 시간에 우리가 가졌던 느낌은 다시 받을 수 없는 느낌이지 않을까. 또 그런 과정에서 했던 고민과 생각들이 당시에는 큰 걱정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돌이켜 보면 그것도 하나의 추억이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 느꼈던 감정들 하나하나가 가장 낭만적이고 행복한 기억이다. 불완전하고 불확실했지만 가장 아름다웠다. 이 영화는 그 시절에 귀를 기울인다.  



 










글에 사용된 사진의 모든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네이버 영화의 스틸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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