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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Nov 19. 2022

각자의 공간에서 주어진 시간만큼

덩케르크

 덩케르크는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는 3가지 공간인 잔교, 바다, 하늘에서 진행이 된다. 각각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인물의 시야에서 전쟁 상황을 보여준다. 해안에서 철수를 하는 군인, 비행기 안에서 적의 폭격기와 싸우는 파일럿, 군인들을 자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전쟁터로 배를 몰고 가는 일반인이 나온다. 그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자기의 일을 한다. 부상당한 장병들을 옮기고 빈 배를 타고 탈출을 하기도 한다. 또 탈출하는 배를 폭격하는 적기를 격추시킨다. 그리고 군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배를 몰아 탈출하지 못한 군인들을 데리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있는 공간도 다르고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도 다르다. 그럼에도 조국으로의 귀환을 목표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러한 영화의 많은 인물들 중 무사히 귀환에 성공한 한 군인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탈출하기에 급급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열렬히 환호하며 맥주를 전달하기도 한다. 나라를 지키러 간 군인들이 설사 승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해서 어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오히려 귀환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 하나만 하더라도 매우 큰 희망일 것이다. 





 때로 우리의 시야가 좁아져 당장 우리 앞에 결과만 보일 때가 있다. 당장의 결과만 보자면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다. 결과가 그 사람의 과정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정을 아는 건 과정 속에 있던 사람이지 외부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그런 결과로 인해 너무 본인을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처럼 우리는 커다란 과정 속에서 작은 결과를 만난 것일 수도 있다. 작은 암초에 부딪혀서 살아남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다음 행선지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덩케르크의 인물들도 그들 앞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몰랐다.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그들은 나아갔다. 그들의 공간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말이다. 우리도 우리에게 주어진만큼의 영역이 있다. 그 위치와 시간을 넘어서는 결과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 능력 밖의 일일 수 있다. 능력 밖의 결과를 바라보며 우울해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야는 높을 수 있지만 이르지 못한다 해서 그것이 우리의 잘못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만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공간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오늘의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내일을 맞을 수 있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 












글에 사용된 사진의 모든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네이버 영화의 스틸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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