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시작과 끝이며 우리는 물 안에서 살아 숨 쉰다.
아바타를 보면서 왜 제목이 물의 길인지 궁금했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 점은 물의 부족에게 물은 우주이며 그런 물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식이 물의 길이라는 것이다. 물을 이해하는 것은 물의 부족에게는 삶의 방식 중 중요한 것이다. 물에서 숨 쉬는 것, 물속 생명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처럼 자신의 우주인 물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평생을 통해 배운다. 물살을 막으려 하지도 않고 바꾸려 하지 않는다. 물의 흐름을 타고 같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런 물의 부족과 대비되는 것이 인간이다. 그들의 지구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어 판도라라는 대체 행성을 찾고 있다. 새로운 행성에서도 인간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고 본인들의 방식으로 새로운 행성에 정착을 하려 한다. 판도라의 생명체들의 정보를 얻는 것은 그들을 이해하려는 목적보다는 전략적으로 그들을 몰아내고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가에 더 주목한다. 물의 길을 따라가는 나비족과 물의 길을 거슬러가는 인간 사이에서 대립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서로의 가치를 항상 침범한다. 이미 지구라는 터전에서 더불어 살아가지 못하는 인간이 판도라라는 행성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지구에서 했던 과오들을 판도라에서도 반복할 가능성이 높고 그들의 후손들은 또다시 새로운 터전을 향해 떠돌 수 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은 판도라의 바다에 지구의 바다를 정말 많이 투영시키려고 한 것 같다. 그가 이전에 바다에 보였던 많은 관심들을 통해 해양 생태계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직접 잠수함을 타고 심해에 내려가보기도 할 정도였기 때문에 판도라의 바다에서 지구의 바다가 보이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툴쿤은 고래가 투영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툴쿤을 사냥하는 방법은 고래를 사냥하는 방법과 같다는 점이 더욱 확신을 들게 했다. 카메론은 영화를 통해 지구의 해양생태계를 침범하는 인간의 잔인함을 경고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전통문화를 내세워 오늘날에도 포경을 하는 일본에서 벌어진 아바타 상영회에서는 돌고래 쇼가 있기도 했다. 카메룬이 그 광경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바타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나비족이 살아가는 터전과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들은 에이와라는 신 아래 판도라의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 각각의 생명체들이 서로의 신경세포를 연결하여 서로를 인지할 수 있는 것은 판도라 생명체의 상호작용을 잘 보여주는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판도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도 수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대기와 지면, 바다를 비롯해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은 오늘도 서로의 영향을 받고 산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지구 안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지구 내 다른 구성원들이 필요하고 그들도 우리가 필요하다. 지구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 어쩌면 이것이 앞으로 인류에게 놓인 가장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나비족처럼 원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왔을 것이다. 다만 사람만을 위한 인간의 삶의 방향은 앞으로 우리가 지구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만들지 모른다. 우리가 개발하는 방식이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구 공동체가 더불어 살아가는데 해가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비족이 물을 이해하는 방식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터전에서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물의 길에는 시작도 끝도 없습니다.
바다는 당신 주위에도 있고 당신 안에도 있습니다.
우리의 생과 사의 전후에도 바다는 우리의 집입니다.
우리의 심장은 이 세계의 자궁 안에서 뛰고
우리의 숨결은 깊은 어둠 속에서 타오릅니다.
바다는 때로는 내어주고 때로는 가져갑니다.
물은 모든 것을 연결합니다.
삶에서 죽음까지
어둠에서 빛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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