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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Jan 15. 2023

마주하는 일상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애프터 양

 양은 '테크노'라고 부르는 복제인간이다. 그가 함께 사는 가족들은 흑인 어머니, 백인 아버지, 동양인 딸이다. 그들은 서로 다르지만 가족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런 공동체 일원 중 하나인 양이 멈추고 난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인 '제이크'는 양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양의 기억을 마주한다. 그의 기억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날이 좋았던 날 찍었던 가족사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갔었던 콘서트, 차를 마시며 함께 나눴던 이야기, 숲을 걸었던 기억들 같이 그가 마주하는 일상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상적은 기억은 양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었다. 양은 중국계의 모습을 가지고 중국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생산된 교육용 테크노지만 정말 나의 뿌리는 그러한 가에 대한 물음을 많이 가졌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다름이 아닌 일상에서 마주했던 경험들이었을 것이다. 특별하지는 않을 수 있어도 양은 그러한 것을 마주하면서 행복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양의 기억 저장 공간에는 그러한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그러면 나는 나의 삶에서 어떤 부분을 기억해 나갈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서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양처럼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고 그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도 인생에서 좋은 기억을 남기는 과정이다. 오늘과 내일 하루일과가 비슷해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과 내일의 날씨는 다를 것이며 그로 인해 내가 마주 보는 풍경이 달라질 것이다. 오늘 우연히 들른 공간에서 새로 먹어본 음식을 통해 어제와 다른 면을 마주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오늘 평범한 일상에서 나와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소중하다고 기억할 수 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평범함 속의 특별함으로 기억의 공간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에서 양이 동생인 미카에게 접목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접목의 과정에서 가지와 뿌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왔다. 그렇지만 결국 하나의 나무를 이루게 된다. 미카의 가족을 보면서 그들이 하나의 접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은 가족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 한 것 같다. 제이크, 키라, 미카는 서로 다른 나무이다. 각자의 뿌리가 다르니 생각과 삶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 그들은 아직 단지 한 나무처럼 서로 붙어있는 상황이다. 양이 떠나간 후 그들은 더욱 불안하게 붙어있는 가지들이었다. 그러나 양을 수리하러 다니면서 혹은 양의 빈자리를 기억해 나가면서 그들은 더욱 서로의 소중함을 기억한다. 양에게 완전한 인사를 고하면서 그들은 비로소 한 나무가 된다. 각자 다른 뿌리에서 와서 한 나무가 된 그들은 이전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완전히 다르지도 않다. 과거의 기억을 가진채 새로운 형태의 나무가 되었다. 

 




  양에게 있는 기억의 기록만큼이나 양이 미카 가족에게 남긴 기억들도 많을 것이다. 그들은 양이 떠난 후 비로소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좋은 차를 잦는 과정이나 진정한 가족이 되는 일은 쉽지 않다. 복잡한 서로를 이해하고 그것을 삶의 방식과 연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 한 잔에는 세상이 담겨있다고 하는 것 같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삶이 모여 오묘한 맛을 내는 가족이라는 차 한 잔이 만들어진다. 












글에 사용된 사진의 모든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네이버 영화의 스틸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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