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여행
육지에 들을 만한 좋은 교육이 있으면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4~8명 정도 팀을 이루어 신청하고,숙소를 잡고, 비행기표를 예약했습니다. 언제나 1박 2일의 일정을 잡았습니다.
교육이 끝나면 마음이 뜨거워진 채로 흩어지기 아쉬었습니다.. 근처 맛집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교육에서의 느낌과 앞으로의 다짐을 나누었습니다.
서울에 가서 1박을 했는데 다음날 바로 내려오면 늘 섭섭합니다. 올라간 김에 조금 즐겨도 되지 않을까요?
교보문고, 영풍문고를 다니다가 예스 24와 알라딘 중고매장까지 다양하게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헌책방이 이리도 깨끗할까 수 있을까 싶습니다.
마음에 드는 책들을 고르며 한 번 즐겁고, 많은 양의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서 한번 더 즐겁습니다. 2~3일 후에 줄줄이 도착하는 택배를 열면서 새롭게 즐겁습니다. 며칠 전에 내 돈으로 결제한 책들이지만, 택배를 받으면 선물 받은 기분이 들거든요.
시간이 흐르면서 서울에서 예스 24매장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도를 검색하니 부산에는 아직 있더군요. 이제 교육이 없어도 헌책방 여행을 떠납니다.
부산에 있는 예스 24도 들리고, 보수동 책방도 들리고요. 그렇다고 헌책방만 들르지는 않습니다. 동네 작은 서점을 찾아가 봅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서점들은 언제나 따스함으로 반겨줍니다.
여행 기념으로 동네 책방에서 예쁜 시집을 한 권 삽니다. 제주로 내려오는 길, 시집을 펼쳐봅니다. 기분이 좋으니 평소 어려게 느껴지던 시도 읽게 됩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지역마다 보유하고 있는 책들의 종류가 조금 다릅니다. 합정엔 미술도서가, 강남엔 그림책이, 종로에는 자기 계발서가 만고, 건대에는 전공책들도 다수 있고요.
문득, 알라딘 체인점이 아닌 헌책방도 있나 궁금해졌습니다. SNS나 포털에 검색하여 낙성대 '흙서점'을 알게 되어 서울 갈 때마다 들리게 됩니다.
선우책방에는 전국 헌책방에서 구매한 책들이 쉬고 있습니다. 선우책방은 제가 작업실로 쓰는 공간의 이름입니다. 이름은 책방이지만, 책을 팔지 않는 책방입니다. 일요일 아침 8시 매주 있는 독서모임을 하고, 종종 북토크를 위한 협찬 장소로 사용됩니다.
하루를 선우책방에서 보내며 업무도 보고,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밥도 먹습니다. 선우책방의 이름은 백석 시인의 「선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가난해도 서럽지 않고, 외로울 이유도 없으며, 누구 하나 부럽지 않은 ‘선우_반찬 친구들’과 함께 많은 꿈을 꾸고 성장하고 싶습니다.
2021년 12월, 작 공간을 얻었습니다. 집에 있던 책들을 골라 '선우책방'에 차곡차곡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보이지도 않고 숨도 쉬지 못하던 책들이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한 칸에 20~30권 정도가 들어가는 12칸짜리 책장이 처음엔 4개에였고, 9개가 되었다가 어느새 20개로 늘어갈 만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선우책방에서 하고 싶은 일은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푹 쉬고 있는 책들을 쓰다듬어봅니다. 언젠가 이 공간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북적이길 바랍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독서는 "책을 읽는 '행위'뿐만 아니라 책을 고르고 모으고 간직하는 것부터 독서"라 하였고, 김영하 작가는 "책이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구입'한 책 중에서 읽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5천 권은 넘고 7천 권은 안될 만한 책 중에서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윤성근)를 살살 달래어 깨워봅니다. 22년 대학로 점에서 구매한 이 책 속 어떤 문장이 저를 만나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