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라는 이름의 상처

네가 아들이었어야 했는데..

by 제주미진

‘나’라는 존재가 태어난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오래 헤매며 살아왔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른 나이에 결혼해 두 아이를 키웠다.


아이들만 잘 키우면 된다고 믿었고, 우직하면서도 미련할 만큼 아이들에게 집중했다. 그 시간이 아깝지는 않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전문가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심리상담을 1년 동안 받았고, 심리치료에 관한 자격증 공부도 해보았다.


단순한 강의보다 심리코칭, 심리치료사 같은 전문가 과정을 선택했다. 스스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었다.


사이코드라마와 소시오드라마를 따라다니며 내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했다.


10여 년 전, 제주에 오면서부터는 내 안의 문제를 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했다.


마음의 문제를 풀기 위해 책도 부지런히 읽었고, 객관적인 개념 속에 나를 맡겨보고 싶었다.


타인의 마음을 다루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나를 스스로 돌보고 싶어서였다.


6개월 심화 과정의 컬러테라피를 통해 어린 시절의 나를 바라보았다. 안갯속 숲을 헤매는 기분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내 고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원인은 원가족이었다. 남자 형제들과의 차별,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을 수 없었던 지원, 이과로 진학하면 공순이밖에 될 수 없다며 진로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던 청소년기의 상처들이 촘촘히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