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변해도

by 제주미진

나무를 그릴 때마다 빼놓지 않고 그리는 모양이 있었다. 둥그렇게 뭉툭한 혹. 어른이 되어 뭉툭한 혹을 '옹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속으로 소리 내어 여러 번 읽었다. '옹이, 옹이, 옹이, 옹이...'


둥그렇고 단아한 느낌의 단어는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꼭 내 안에 혹이 있는 것을 알아주는 듯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느낌은 사전에도 쓰여 있었다.


옹이

1 나무의 몸에 박힌 가지의 밑부분.

2 ‘굳은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가슴에 맺힌 감정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가슴에 맺힌 감정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_옹이. 옹이는 그렇게 나에게 꼭 박혔다. 원목 가구들을 볼 때마다 옹이 부분을 쓰다듬었다. 손끝에 아픔이 느껴지는 듯했다. 쓰린 듯했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옹이가 자꾸 눈길이 닿았다.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보이는 나이테들. 나이테들 사이에 시간이 켜켜이 들어 있다는 생각에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삶이란 어떤 거냐 하면
네가 따르는 한 가닥 실이 있단다. 변화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는 실. 하지만 그 실은 변치 않는다.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궁금해한다.
너는 그 실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만 다른 이들에겐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잡고 있는 동안 너는 절대 길을 잃지 않는다.

비극은 일어나게 마련이고, 사람들은 다치거나 죽는다. 그리고 너도 고통받고 늙어간다.
네가 무얼 해도 시간이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그 실을 꼭 잡고 놓지 말아라.

- 윌리엄 스태퍼드(1914~1993)


내가 놓지 않아야 하는 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무얼 해도 시간이 하는 일을 막을 수 없는, 나이테와 옹이가 남는 나무가 앞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지만, 끝없이 움직이는 나무의 모습을 옹이와 나이테는 말하고 있다. 상처도 나이도 성장의 더딤과 성장의 증폭이 모두 삶이라고.


내 안에 '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 그것이 나의 실이다.


융 심리학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내 안에 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이미 내재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데미안>>의 핵심적인 주제와 맞닿아 있지요. 데미안은 자기 안에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싱클레어에게 일깨워 주는 존재니까요. _ 데미안 프로젝트, 정여울, 2024


내가 꼭 잡고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나였다. 나의 옹이와 나의 나이테가 나의 힘이고, 치유의 힘이라는 사실, 그것이 나의 실이다. 이 세상이 모든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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