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모자르지 않습니다.

by 제주미진


"넌 뭐가 모자라서 이름까지 미진하니?"

고등학생 때 수학선생의 이 말은 어른이 되어서도 따라다녔습니다. 어른들은 지나가듯 한 말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잘 모릅니다.


이름이 싫었습니다. 이름을 지어준 친정아빠가 밉기까지 했습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제주에 이주해 살아가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에 올 때 개명할 껄.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때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고, 제주에서의 인연도 많이 늘었기에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시절,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면서 활동명을 쓰는 분위기를 접했습니다. ‘내 활동명은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깨달았습니다.


미진하고 모자란 ‘미진’을 채워준 건 다름 아닌 ‘제주’였다는 것을.


손길에, 발끝에, 눈가에 닿는 바람과 바다, 숲과 나무... 저는 그 안에서 위로를 받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로가 필요할 때는 곶자왈숲을 찾았습니다. 하늘을 그림에 담고, 마음을 글에 담았습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 제주는 저였고, 저는 제주였습니다. 제주는 분주함 삶에 잠시 멈춤을 선물해주었고, 제 마음도 성장시켜 주었습니다.


제 아버지는 제주 분이시고, 어머니는 서울 분이십니다. 저와 같이 부모님의 고향이 육지반, 제주반인 사람을 어느 작가가 '반육반제'라고 소개를 하기도 했습니다.


육지에서 38년 살았고, 앞으로 38년 이상 제주에서 살아갈 계획입니다. '제주'를 제 이름으로 가져온 것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제주반, 육지반 뿐만 아니라 이제부터 제 삶의 절반 이상을 함께할 터전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자 고백입니다.


저는 제주에서 살아가고, 제주에 기대고, 제주 덕분에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입니다. 이제 제 이름은 모자르지 않습니다. 제 이름은 제주를 품은 '제주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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