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그림책

그림책은 인생에 세 번

by 제주미진

“그림책은 인생에 세 번”

‘인생에 세 번’이란 먼저 자신이 아이였을 때, 다음에는 아이를 기를 때, 그리고 세 번째는 인생 후반이 되고 나서,라는 의미다. 세 번째로 그림책을 들 때는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읽는다는 점에 최대 포인트가 있다. 물론 ‘인생에 세 번’이란 일반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이 때 가난하여 그림책을 구하지 못했거나, 결혼하지 않아서 ‘두 번째’ 읽어주기를 하지 않는 등, 사정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요는 생애를 통해 그림책을 손에서 떼지 말라는 의미다.

야나기다 구니오, 마음이 흐린 날엔 그림책을 펴세요, p165


그림책은 인생에 세 번 읽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읽고 나서 제가 만난 그림책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이른 나이에 결혼한 저는 이른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기르는 것이 너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것은 바우처였습니다. 막 태어난 작은 아이를 돌보는 일은 벅찼고, 세 살이 된 큰 아이와 놀아줄 것을 찾기 어려웠던 시기에 '독서지도'를 해준다 내용의 바우처 지원이었습니다.


일주일에 1번 15분 정도 그림책 읽기 선생님이 와주시는 것이고, 읽은 책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일주일에 1번, 15분의 짧은 시간 동안 큰 아이는 그림책 선생님과 상호 작용을 했고, 저는 잠시 쉼과 함께 큰 아이와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선물 받았습니다.


처음 엄마가 된 저는 재미를 만들어 내기 어려웠고, 제가 재미를 만들어주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재미를 찾으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또 읽고,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고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듣는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림책을 통해 만나는 이야기를 상상공간을 확장해 주었습니다. 이후 청소년기를 준비하면서 읽었던 육아서에서 세 살 무렵까지 스냅스의 발달이 가장 활발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아이의 발달에도 도움을 주았던 것이지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데 저의 목소리에 리듬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목소리, 이런 리듬감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거지?'


저의 어린 시절에는 그림책, 동화책이 없었습니다. 아버지 직업이 국어선생이기에 집에 국어 관련 책들은 차고 넘쳤습니다. 고전문학, 현대문학, 작문, 독서 등등. 다만, 아이들이 읽을 책은 없었지요.


책은 없었지만, 고전전래동화 테이프가 있었습니다. A이야기는 빨간색, B이야기는 노란색. 잘 기억나지 않지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옛날 옛적에 ~ "입니다. 제가 그 리듬으로 책을 읽어주고 있더라고요. 그림책을 읽지 못했지만, 들었던 기억이 의도치 않게 큰 아이와의 시간에서 살아난 것이었습니다.


큰 아이와의 그림책 읽기에 사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읽어도 읽어도 끊임없이 출간되는 수많은 그림책의 세계에 제가 빠져 들어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그림책 읽는 어른 모임에 참여하고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신간은 신간대로의 독특함과 재미가 있습니다. 구간은 구간이 가진 매력이 있습니다. 기억 속에 오래 남아 두고두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지요.


생각해 보면 저에게 그림책은 조언자였고 구원자였습니다. 현실의 힘든 일을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해결해 주는 다정한 안내자였습니다.


진정한 나를 찾는 길에 도움이 되었던 그림책,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 이정표가 되어준 그림책, 나만의 슬픔에 빠지지 않게 이끌어준 그림책들.


제 인생 첫 번째 그림책을 읽을 때 채우지 못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두 번째 그림책 읽기를 했던 시간 곳곳에 물들어 저와 함께한 그림책들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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