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아픈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57세, 나를 꺼내는 중입니다 》

by 제주맘스팜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비활동성이던 간염이 활동성으로 전환되었다고.

간 수치가 많이 올라가 있다고.


새로운 병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던 이름이었다.

그저 조용히 있던 병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나는 나를 다르게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아픈 사람이다.

나는 조심해야 한다.

나는 무리하면 안 된다.


그 문장들이

내 하루의 기준이 되었다.


몸이 갑자기 더 나빠진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은 먼저 눕기 시작했다.

피곤하면 쉬는 게 맞는데,

나는 피곤하기 전에 먼저 누웠다.

혹시라도 무리할까 봐,

혹시라도 수치가 다시 오를까 봐.


물과 함께 삼키는 작은 알약이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그 약은 몸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를 묶어두는 표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네이버 카페에도 가입했다.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경험을 나누는 곳이었다.


처음엔 위로를 받고 싶었다.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은 안심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점점 더 많은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수치가 급격히 오르내린 이야기,

합병증 이야기,

조심해야 할 음식과

피해야 할 생활 습관들.


누군가에겐 정보였을 그 이야기들이

그때의 나에게는 경고처럼 들렸다.


나는 더 조심스러워졌다.

괜찮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먼저 겁을 냈고,

괜찮을 수 있는 날에도

미리 몸을 눕혔다.


그 동호회가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 안에는 서로를 위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만 그 시절의 나는

위로보다 불안을 더 많이 읽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병을 관리하는 법보다

병을 의식하는 법을 더 많이 배우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랐다.

나는 여전히 약을 먹고 있었고,

여전히 스스로를 조심시키며 살고 있었다.


그렇게 십육 년이 흘렀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눕고 있었던 시간.


나는 나를 보호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나를 작게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이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언제까지

이 이름으로 나를 설명할까.


작가의 이전글57세, 나를 꺼내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