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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본질은
‘주체적인 생각’ 그 자체다

by park j

기술 발전 시대에 역설적으로 우리는 다시 글쓰기 중심의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문자와 메일, 메신저 채팅과 댓글 등 이제는 커뮤니케이션이 말이 아닌 ‘문장’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게 몇 줄의 지시어만 입력하면 논리적인 때로는 감성적이고 매끄러운 글을 얻을 수 있어 “이제 굳이 내가 글을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글쓰기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글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은 단지 정보를 나열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이 아니라 글은 ‘주체적인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입니다. 글은 누군가가 무엇을 생각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 생각이 어떤 삶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드러내는 가장 깊이 있는 방식입니다. 이건 어떤 기술이 대신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곧 스스로 생각했다는 의미입니다. 내 생각을 외주화 할 수 없으니까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좋은 글은 좋은 사고에서 나오기 때문에 내가 지금 무엇에 반응하고 있는지 어떤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고 있는지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글쓰기는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 자기 내면과의 대화입니다. 글을 쓰지 않고서는 끝내 드러나지 않을 생각이 있고 쓰면서 비로소 형태를 갖추는 감정이 있습니다. 이처럼 글쓰기는 감정과 생각을 다듬는 과정입니다.


좋은 작가, 좋은 글은 단어를 예쁘게 배열하는 문장력 그 이상으로 불필요한 혼란을 걷어내고 사유, 판단, 구성, 요약, 타인의 관점에서 보기 같은 능력이 모두 포함해 핵심을 드러낼 줄 알아야 합니다. 글의 본질은 주체적인 생각 그 자체이고 글쓰기는 그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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