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비소식이 유난히도 많았던 여름날씨도 이제 한시름 누그러지고 아침ㆍ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한철이고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한철인 것처럼, 계절은 아무리 유별을 떨어도 절기와 함께 순서대로 오기 마련인 것이다.
1년을 계절을 통해서 보면 봄에 태어나 여름에 자라고 가을에 수렴하여 겨울에 저장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가을은 숙강(肅降)하고 겨울은 침장(沈藏)한다는 한의학 이론처럼 가을과 겨울은 수렴하여 저장하는 경향을 갖는다. 낳아 자라고 성장하여 자라나는 시기에서 거두어들이는 계절이며 저장하는 계절이 됨을 의미 한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자연의 영향을 풍(風ㆍ바람), 한(寒ㆍ추위), 서(暑ㆍ더위), 습(濕ㆍ습기), 조(燥ㆍ건조), 화(火ㆍ불)로 나누어 사기(邪氣)라고 했는데, 사기(邪氣)라 함은 자연기후의 특성이 지나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기운을 일컬었고, 각각의 사기(邪氣)가 일으킬 수 있는 질병을 나누어 설명하였으며 이에 따른 원인(原因), 증상(症狀), 치법(治法ㆍ치료방법) 등을 분류하여 설명했다.
가을은 이중 조(燥), 즉 건조함이 인체에 해를 입힐 수 있는 계절에 해당한다. 약간 논외의 이야기이지만 근래에는 건조함으로 인한 질환이 여름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에어컨 때문인데 에어컨은 공기 중의 습기를 제거하는 기능을 병행하기 때문에 간간히 여름임에도 건조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한의원에 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가을철 건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건조함에 가장 민감한 것은 폐(肺)다.
폐는 폐오조(肺惡燥)라 하여 건조함을 가장 피해야 할 자연의 나쁜 기운 즉 사기(邪氣)로 보았다. 또한 늦가을이 겨울로 가면서 한(寒), 즉 추위도 주의해야한다. 이는 형한음냉즉상폐(形寒飮冷則傷肺)라고 한 한의학적 병리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몸을 춥게 하거나 또는 찬음식을 먹거나 마시면 폐질환에 걸리기 쉽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건조함을 방지하고 춥거나 찬음식을 피하는 것이 가을철 건강관리의 가장 중요한 요점이라 할 수 있겠다. ‘간 때문이야’라는 광고의 카피처럼 가을 질병은 ‘폐 때문이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사상체질에 맞는 장부의 특성을 고려하여 건강관리를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데, 사상체질이란 인간의 오장육부의 강약배열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게 되는데 간장, 폐장, 비장, 신장의 강약배열에 따라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4가지 체질로 구분짓게 되고 각기 다른 장부특성 때문에 섭생과 외모, 성격 등이 달라지게 되고 자신한테 이로운 영향을 주는 음식과 약재 또한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사상체질과 관련하여 섭생표와 운동법 등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흡기
실내에서의 습도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흔히 가습기는 겨울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오히려 겨울에는 누구나 가습기 사용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어 그나마 관리가 되는 편이지만, 가을철에는 가습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을 정도로 소홀하기 쉽다. 수분섭취 역시 중요한데 건조해지기 쉬운 인후를 위해서도 입을 축이는 정도의 소량의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가을은 환절기여서 호흡기 질환이 빈번히 발생한다. 실내온도를 적당히 조절하고 외출 시에도 여벌의 옷 또는 체온을 유지하기위한 목도리 등을 준비하여 외출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 체액손실에 생맥산을 주로 애용했다면 가을철엔 폐 건강에 이로운 도라지, 은행 등을 배와 함께 끓여 꿀을 곁들여 마시면 좋다. 도라지는 음식으로 먹어도 좋고 차로 끓여 마셔도 좋다. 도라지와 은행은 태음인에게 특히 이로운 음식이다. 여기에 생강, 대추도 조금 넣으면 맛도 좋고 그 성질도 함께 어울려 더 좋은 효과를 기대 할 수 있다. 생강과 대추는 소음인에게 좋은 음식이다.
피부
한의학에서 인체의 모든 부위를 오장에 배속시켰는데 그중 피부는 폐주피모(肺主皮毛)라 하여 피부와 폐의 관계를 강조하였다. 이는 인체의 방어기능인 위기(衛氣)와도 관계가 있으며 위기(衛氣)는 현대의 면역과 유사한 기능을 일컫는다. 피부는 외부의 병사로부터 체내의 조직을 보호하는 보호막인데 피부 역시 폐와 마찬가지로 건조해지면 그 기능을 올바로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보습제 등의 외부 관리도 중요하지만 앞서 언급한 체내 수분의 고갈을 미리 방지하여 외부조직인 피부의 건조도 미연에 방지해야하겠다.
야외활동
폐는 또한 폐주기(肺主氣)라 하여 우리 인체의 기를 주관하는 장기이다. 기일즉체(氣逸卽滯) 즉 너무 안일하고 게으른 생활을 하면 기기의 작용에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예전에는 사소한 일상에도 몸을 움직이는 노동이 항상 함께하는 생활 방식이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문지방은 좀이 먹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가을철은 일년 중 야외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 중 하나이다. 기온이 야외활동하기에 적당하거니와 야외활동이 어려워지는 겨울철을 앞두고 야외에서 신체활동을 충분히 하여야한다. 하지만 과도하고 격렬한 운동으로 지나친 발한으로 인한 체액손실을 지양해야 하겠다.
체중도 관심거리이다.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부른다. 이는 음식물이 풍부한 계절일 뿐 아니라 예전 겨울철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지방을 축척하는 자연 적응 적 진화에 따른 현상이라는 견해가 있다. 따라서 적절한 야외활동으로 건강도 유지하고 체중 증가도 방지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기대해야겠다. 다만 수렴해야하는 가을의 특성상, 평소 땀을 흘리면 과도하게 지치는 분들은 너무 과격하지 않은 운동을 하여 체액 손실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분들은 낮은 강도의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가을하늘을 만끽하며 가벼운 야외활동으로 건강한 가을을 보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