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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앓이 Nov 22. 2021

혼맥의 품격 20

싱가포르 펍 투어 - 6

혼맥의 품격 in Singapore 6

My Awesome Cafe & On Tap


4박 5일의 일정 그 마지막 날. 전날 과음에도 불구하고 일출시간에 맞춰 눈이 떠졌다. 밖으로 나갈까도 싶었지만 마지막 날은 스위트룸의 안락함을 좀 더 누려보자는 마음으로 그냥 누워있었다. 느낌상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떠오르는 태양이 전날 명소라 불리던 곳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다. 


예정에 없던 호사의 시간과에 작별이  조금 서운했지만 싱가포르의 마지막 날을 즐기기 위해 호텔 밖을 나섰다. 더위 식히기에 제격이었던 인공정원 보타닉가든과 핫플이라는 마리나 베이 샌즈 쇼핑센터에도 가보았다. 하지만 이 모든 방문은 오후에 방문할 펍의 오픈을 위한 시간 때우기에 불과했다. 부내 나는 쇼핑센터를 빠져나와 호커센터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 마지막 목적지인 ON TAP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여행안내책자에 유명 카페라고 소개되었던 곳을 보게 되어 잠깐 들렀다. My Awesome Cafe. 예전 한약방이었던 곳의 외관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눈길을 끄는 곳이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들이 많이 생겼지만 그때는 겉과 속이 다른 장소라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잔뜩 땀을 흘린 채로 자리에 앉았는데 그냥 커피만 마시기가 아쉬워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전날 포스트바에서 마신 맥주와 같은 녀석이었지만 벌건 대낮에 마시니 왠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시원한 곳에 앉아있으니 널브러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저녁에는 공항으로 출발해야 했기에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었다. 맥주를 다 마시자마자 서둘러 다시 길을 나섰다. 얼마의 땀을 더 흘렸을까 드디어 차이나타운의 상징인 불아사라는 절에 도착했다. 부처님의 이를 모신 절이라고 하는데 오늘의 목적은 그곳이 아니었으므로 빠른 탐색 후 걸음을 재촉했다. 


마이크로 브루 펍인 On Tap은 주소상 차이나타운 호커센터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점포 번호가 나와있었으므로 쉽게 찾을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서니 구역이 너무 광대해 찾는 데에만 30분을 허비했다. 돌고 돌고 돌아 겨우 목적지에 당도하니 그 기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On Tap 언뜻 보면 맥주 축제 부스 하나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맥주 하나는 끝내주게 맛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이 고작. 망설일 틈 없이 서둘러 필스너 한 잔을 주문해 맛보았다. 몇 시간 동안 흘린 딱과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의 청량함. 하지만 야외라는 특성상 두 세 모금을 마시니 유리잔에는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고 맥주는 미지근해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맛있는 맥주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다 마셔준 뒤, 서툰 영어실력으로 직원에게 훌륭한 맥주라는 칭찬을 건넸다. 쉬이 가시지 않을 듯한 아쉬움은 포장용 병맥주 구입으로 대신했다.  


나의 첫 해외 펍 투어는 그렇게 덥고 땀 흘리며 무언가 아쉬움을 남긴 채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건강을 잃은 현재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으로 좋은 시절에 잘 다녀온 여행임이 분명하다. 그 때의 장소들과, 기억나지 않는 맥주의 맛, 그리고 어수룩한 나의 행돌들까지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나는 무척이나 행복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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