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 가족이 된 후의 일상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 반려견을 키운 것은 일전에도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당시 우리 집은 마당이 꽤 넓은 전원주택이었기 때문에 따로 산책을 시켜준 일도 없었다.
그렇게 딱히 기억할 일 없는 일상이 흘러갔다.
하지만 반려견과의 평온한 일상과는 달리 우리 가족사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신도시 개발과 함께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이 모두 크게 아프셨으며 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해결하느라 몸과 마음이 고닮팠다.
결국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되었을 때 나는 도망자의 길을 택했다.
군대라는 곳으로...
그렇게 나는 장교후보생이 되어 머나먼 남쪽땅으로 떠나갔다. 바쁘게 훈련을 받는 동안 부모님도 나의 반려견들도 모두 잊고 마음만은 편하게 지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군생활이 끝날 때까지 나의 반려견들과 나는 주말에만 만나는 사이로 지냈다.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서로 그리워하는 감정만 있었던 탓인지 녀석들은 함께 지내는 부모님보다 나를 더 좋아해 주었다.
서로 싫은 꼴 보이지 않는 사이좋은 주말부부 같은 관계가 그렇게 지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