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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y 19. 2023

감자(지슬) 꽃이 피었습니다.

강풍을 이겨낸 감자꽃이 활짝 피었다.

감자를 제주에서는 지슬이라고 한다. 처음 심어 보는 작물이다.


지난 3월에 오일장에서 씨감자를 사다가 바로 심었는데 제법 많이 자랐다.

100알 넘게  심었는데 10여 개 정도만 빼고는 전부 정상적으로 싹을 띄웠다. 90% 성공이다.


잘 자라던 감자들이 5월 되면서 여러 차례 내린 폭우와 강풍에 은혜와 피해를 입었다.

감자를 심은 위치는 바람을 직접 받는 곳이다.  

줄기를 제대로 세우기 시작한  감자들이 몇차례 강풍으로  뿌리가 많이 흔들렸다. 감자 줄기가 눕고, 꺾어지고, 뿌리가 보이고 난리다. 지난주에 아내가 일일이 흙을 가져다가 복토를 했다. 하지만 외상을 입었는지 일부 감자들은 회생을 못하고 시들시들해지고 있다. 농부가 마음이 가장 아파지는 순간이다.


나는 감자를 채로 썰어서 프라이팬에 볶아 먹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도시락 반찬중 맛이 있었다고 기억이 되는 메뉴다. 일종의 추억의 소울 푸드인 셈이다.

제주에서는 감자를 지슬로 고구마를 감저로 부른다. 고구마는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식사 대용인 구황작물로 대부분 농가에서 재배를 했지만 지슬 재배 농가는 드물었다. 그러기에 지슬은 어릴 적에 많이 먹을 수 있는 기회도 없는 낯선 음식이다. 나 역시 삶은 지슬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체중관리를 위해서 간식이나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을 생각으로 좀 여유 있게 심었다.




감자를 심은 옆에는 작년에 농사를 거른 고추를 심었다. 보통 200주 넘게 심었는데 올해는 대폭 줄였다. 아내의 강권이었다. 생으로 먹는 청양고추나 멸치볶음에 꽃인 꽈리고추는 유심재 우영팟에 심었다. 밭에 심은 고추는 고춧가루를 만들 거다. 게으른 농부생활을 하면서도 집에서 소비할 정도의 고춧가루는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게 자부심이다. 고추재배는 탄저병이라는 악마만 피하면 평년작은 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어서 매년 재배를 할 때마다 걱정이다.


봄날 모종을 파는 곳은 여기저기 널려있다. 오일장에서는 몇 발자국만 옮기면 모종을 파는 곳이 나올 정도다. 동네에서도 이때쯤이면 매년 나타나는 모종판매상이 있다. 계절 따라오는 손님이다. 동내슈퍼에서도, 동네 농약상에서도 판다. 이런 것을 보면 농사를 짓은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다는 것이다. 공급은 수요를 따라 가는 것이니 말이다.


" 모종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길래 판매하는 곳이 이렇게 많아?"

" 그럼 농부들은 뭘 먹고살지? " 모종 좌판을 보면서 지나다 하는 혼자 생각이다.

 

대규모로 재배하는 전업 농부들은 길가 모종 판매상에서 구입하지 않을 거다. 대량으로 모종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단골거래처나  아는 육모장아 있을거다


여기서 구입하는 사람들은 여러 작물을 몇개씩 단위로 구입한다. 소규모로 우영팟이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재배하는 사람들이다. 집에서 먹을 야채들은 직접 재배하는 자가소비용이나, 여가재배용 다. 몇년사이 귀농 귀촌인구가 늘고, 도시농업이라는 분야가 생기면서 일어난 변화다.

이런 경우 농사가 안되도 걱정이지만 예상외로 풍작이어도 걱정이다. 사실 가정에서 먹는 양은 한계가 있다.  무한정 소비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마트나 시장에서 판매할 수도 없다. 할수 없이 주위 친지나 이웃들에게 나눠줄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연쇄반응으로  마트나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줄어든다. 이제 누적이 되고 쌓이면 농가에 영향을 주게된다.

그럴 만하다. 봄이면 직물 하나씩은  누구나 심는 것 같으니 말이다.


나는 모종을 한림에 있는 육모장에 서 직접 구입을 한다. 퇴직하고 귀농교육을 받을 때 강사분이 강조하던 말에 공감을 하기 때문이다.


"농사를 할때 모종을 선택하고 씨앗을 고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모종 선택이 1년 농사를 좌우합니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파는 사람을 믿고 살수 밖에 없는데 신뢰할만한 곳,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사세요. 만약에 온갖 정성을 들여서 농사를 지었는데, 모종이나 씨앗 때문에 문제가 생겼어.. 어떻게 할 겁니까? 이런 경우에 손해배상이나 책임 추궁을 할 수 있는 곳, 정확한 거래처에서 사세요.."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하기에 왕복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소비하면서 모종을 사러 간다.

첫해부터 그곳에서 구입한 모종으로 농사를 한 결과가 좋았던 이유도 있다. 이젠 단골이 되었다.


올해도 고춧가루용 고추 105구 1판을 사다가 심었다.

심은지 며칠이 지나서 뿌리가 잘 활착이 된 것 같다.

예년 같으면 이제  터널을 설치해야 하는데...


" 늦게 심었으니까, 춥지 않을 것 같아.. 터널을 안 해도 될 거 아닌가? "

" 그냥 노지재배를 해?"


일하기를 간세하는 게으른 농부가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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