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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Jun 01. 2023

제주를 보는 두 개의 다른 눈

" 제주가 좋다고 이주해 온 이주민들이 제주의 모든 것을 사업화의 시각에서만 본다는 것입니다. 제주인의 가치와 정서까지도 돈이 되는 뭔가로 자꾸 바꾸고자 합니다. 그들은 제주의 기본적인 정체성이나 문화는 크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이 제주사람들의 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에 local people과 충돌하는 것이지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는 분명 제주에 이주해 온 타지인임이 분명했다. 그들 눈에도 일부 이주민들이 제주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 얘기를 그들의 입으로 공식석상에서 스스럼없이 얘기한다는 점에서 놀랐다.  


오늘은 시민 아키비스트들의 첫 모임이다. 아키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가 연구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는 시간이었다. 주제발표를 했던 내용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토론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요지는 이렇다.

발표자가 제주인들은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가는 키워드를 가지고 너무 확대해서 연구발표를 했다. 국제화까지 시키고 자치단체까지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었다.

사실 참여자들은 꽤나 당황을 했다.

"왜 그 주제를 그렇게 키우냐"는 질문을 했고, 대답은 "이 주제를 가지고 관광자원화, 사업화를 위해서"라고 발표자가 대답을 했다. 이 과정에서 열띤 토론과정에서 오고 간 얘기들 중의 일부다.  


제주에 대한 이주민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오늘도 참석자의 40% 정도는 이주해 온 타지인 들이다. 제주에 대한 이주민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몇 년 전부터 제주에는 제주를 공부하는 교육이나 모임, 제주의 마을공동체에 대한 교육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를 기록하는 교육들도 많이 생겨났다. 이런 과정들은 보통 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수료증도 주고, 가끔씩은 해당분야에서 이런저런 일을 할 기회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정원은 보통 20명에서 많게는 40명 정도다. 교육기간도 집중적으로 할 때는 20~30시간이지만 다소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는 10개월 코스, 80~100시간이 되는 경우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교육참여자들이다. 교육과정별로 차이는 있지만 많게는 거의 반 정도가 이주민들인 경우가 있다. 오리엔테이션 자기소개 시간에는 전국의 사투리가 전부 나온다. 짧게는 제주에 온 지 몇 개월부터 길게는 몇 년 되는 사람까지 참여를 한다. 교육참여 이유도 갖가지다. 제주를 알기 위해서, 제주가 궁금해서, 단순 호기심에서, 시간이 많은데 할 게 없고, 친구가 없어서 등등이다.

제주인의 입장에서 볼 때 제주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심지어는 공부를 하고 싶은 대상이라고 하는 데는 고마울 뿐이다. 그들의 대단함에 찬사도 보내고, 신기함을 표하기도 한다.


사실 60년을 훨씬 넘게 산 제주토박이인 나도 제주를 잘 모른다.


퇴직하고 부지런히 제주를 공부하러 다닌다. 애들은 나를 수료증 콜렉터라고 부른다. 매번 교육을 받을 때마다 내 주위와 부모님들의 생활이 이해가 되고, 마을이 이해가 되고, 제주가 이해됨에 고개를 끄덕이고 감사를 느끼고 돌아선다.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

요즘 교육현장을 가보면 하얀 머리가 희끗희끗한 내 또래 사람들이 꽤 보인다. 대부분 정년퇴직을 하고 내가 살고 있는 제주를 너무 몰라서 공부하려고 왔다고들 한다. 그냥 제주인으로 살았지 왜 그렇게 살았는지를 모르는 거다. 이제 제주를 이해하고 자신들이 살아왔던 삶을 이야기해 주고, 기록하고 싶은 세대다. 제주인들의 새로운 변화다.


우리가 살면서 사라지고 변화하는 것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인류의 문명과 문화가 그런 거 아니겠는가?

그러나 억지로 바꾸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것으로 옛것을 덧칠하지 말자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 옛것을 이미 지난 것으로 평가절하(下)하지 말자는 것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최근 10년의 제주사회 변화는 누가 주도했나?


최근 제주의 10년의 변화는 엄청나다. 제주로의 이주바람이 불기 시작한 후의 변화다.   

제주도의 인구는 1992년 처음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50만 명을 돌파한 이래 21년 만인 2013년 60만 명을 넘어섰다. 이후 9년 만에 2022년 70만 명 시대를 열게 됐다. 2013년 제주의 순인구증가는 7823명이다. 실제적으로 이때부터 제주로의 이주 열풍이 불었다고 볼 수 있다.


대형 자본이 제주를 잠식한게 국제자유도시사업이라면, 실제적으로 제주사회를 바꾼 것은 이주민들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자본이라고 하겠다. 제주에 터전이 없던 이주민들은 제주를 사업의 관점에서 접근을 했다.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선점하기 시작했다.


자본은 가진 사람들은 

" 제주, 어디에서 무슨 사업을 하면 될는지?  어떤 곳이 부동산가격이 변화가 많을지? " 등의 사업적 관점으로 시작을 했다. 경치가 볼만하다 하면 카페, 민박, 펜션이 생겨났다. 보통 경치가 좋은 곳은 마을에 특별한 의미를 둔 장소가 많다. 과수원이나 밭 한가운데, 좁은 농로길 옆,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면 어디든지 못 보던 건물이 들어섰다. 그들에게 장소가 어디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괴물 같은 타운하우스 단지나 세컨드하우스, 휴양형 주택들이 마을 곳곳에 숨어있다. 이런 건물들은 도로에서 밖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심산유곡의 별장이다.


반면 자본이 없는 사람들은 제주의 문화와 콘텐츠에 접근을 한다.

" 제주의 어떤 문화나 전설, 자원을 가지고 콘텐츠화하면 사업성이 있을까? "

"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 캐릭터 사업? "

제주에 대한 교육을 받고 어느 정도 정보와 지식이 쌓이면 전문가로서 컨설팅을 하고 돌아다닌다.


지금 제주의 젊은이들은 대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제주를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 마을에서는 50대로 젊은이다. 청년회 가입도 가능한 곳이 많다. 마을에서 늘 보던 자연과 늘 듣던 얘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을 하고 신개념을 입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유혹적인 얘기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돈까지 만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제주는 바뀌어 가고 있다.


" 너희들의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은데,
내 추억을 지우지는 말아 달라 "


요즘은 90년대 이전 신혼여행을 제주에 왔던 세대가 퇴직을 하고 다시 추억여행을 많이 온다고 한다.

" 제주가 많이 바뀌었네, 옛날 신혼여행 왔을 때 그때 제주가 아니다. 그때 제주가 좋았는데.."

마지막날 공항에서 남기고 가는 말이라고 한다.

글쎄!! 나도 그런 제주가 좋은데, 누가 제주를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궁금하다.


요새는 제주다움, 제주스러움을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예전에는 외부로 크게 노출되지 않던 목소리들이다. 아마도 자꾸 대상화, 객체화되어 가는 제주와 제주인들의 반성의 소리가 아닌가 한다. 그냥 자고 나면 없어지는 내가 알던 제주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자 제주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자는 얘기이기도 하다.


어제 토론 말미에 했던 분이 말이다.

" 너희들의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은데, 내 추억을 지우지는 말아 달라 "


제주는 보존과 개발이라는 두 가지 양립하기 어려운 명제를 가지고 다닌다.

또한 선주민과 이주민이라는 이질적인 두 삶의 주체가 살고 있는 공동체다.


제주를 보는 선명하게 다른 두 개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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