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몇 년간 고민을 하다가 시작한 글쓰기다.
우연한 기회에 브런치를 알고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올해 2월 초다.
내 머릿속의 온갖 잡념들을 뱉어낼 곳이 생겼다는 기쁨이 우선이었다.
평소 살면서 가졌던 이런저런 생각들과
활동하면서 느끼는 잡념들, 추억들을 끄집어내면서 글감을 고르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생각과 추억을 정리하는 작업의 과정이었다.
하루도 쉬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부지런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하루 일과의 시작이 브런치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쓰고 발행을 한 다음에야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어떤 날은 하루에 2~3편의 글을 쓰기도 했다.
글감이 안 잡히는 날이면 하루, 이틀 쉬어보기도 했다.
글 쓰는 자체가 즐거움이었고 일상이 되었다.
발행을 하고 잠시 잊고서는 일상에 빠진 시간
부지런히 울려대는 알람을 보면서 조회수의 마법에 홀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아!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도 있네.. 왜?
내 일상의 잡념들을 풀어놓은 것들인데.. 왜?
처음에는 궁금함으로 시작했는데
이 궁금함이 차츰 쌓일수록 두려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글쓰기가 느려지고 무디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뭘 하는 거지?"
"내가 왜 이 작업을 하는 거지?"
"무엇을, 어떤 것을 말하고자 함이지?"
하는 일종의 자괴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내 브런치 스토리에 글이 쌓일수록 까닭 모를 공허감이 밀려왔다.
그러면서 작가의 서랍에 쓰다만 글들이 10편, 20편, 30편이 넘어서 수십 개가 쌓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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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니
그동안 쉬지 않고 내 머릿속의 생각들을 끄집어내서 문자화하는 작업은
내게 많은 혼란과 갈등을 던져주기에는 충분했었던 것 같다.
사실 강의를 하면서 내 생각을 얘기하고 상대방과 소통했던 경우는 흔하지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문자로 기록을 하고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떡하니 내놓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두 편이 아니고 거의 100편에 육박했으니 말이다.
무엇을 위해서 글을 쓰는 거지?
어떤 방향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것이지?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인지?
글을 쓰면 쓸수록 애매해지고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주위에 널려있던 소재들을 글감으로 선정하는 순간 책임감이 떠오른다.
그 글감을 가지고 내가 글을 쓰는 순간 그 글감에는 내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 글은 곧 나의 한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와 나의 생각,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이야기
내가 가족과 자녀들에게 못다 한 이야기와 그들과 삶을 꾸려가는 이야기들을
그대로 가감 없이 정리하고 기록하는 게 목표였다.
내가 어릴 적 쓰던 일기장, 하루의 느낌을 쓰고는 책상 속 서랍에 담아두는 비밀의 일기장이고 싶었다.
그러나 브런치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만인에게 공개되고 누구나 접근이 허용되는 글의 공개 플랫폼이었다.
물론 모르고 시작한 브런치 글쓰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적인 공간이고 싶었던 나의 글쓰기가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들켜서
라이킷수와 조회수로 표시되는 숫자 꼬리표가 달리는 것을 보면서는 현실을 직감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일종의 중독인가?
브런치를 멈추니 처음에는 편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다 보니 이제는 궁금해지는 것인가?
그렇다고 생각이 정리된 것은 아닌데
자꾸만 문뜩 휴대폰에서 브런치 앱을 열고 있음을...
오랜만에 며칠간 여행을 다녀왔다.
공적인 여행이었지만 다름과 낯섦을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환경에서 잠을 자고, 밥도 먹고 색다른 경험도 했다.
집에 돌아온 다음날
책상 앞에 않았다.
다시 브런치로 로그인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