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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Jul 17. 2023

미디어 활동가의 방송 나들이..

내가 마을미디어를 하면서 항상 마이크 앞에 앉지만 그래도 방송은 항상 긴장이 되고 설레는 일이다.


어제, 오늘 연이어 오랜만에 공중파 방송나들이를 했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방송 출연 요청, 출연승낙을 해놓고 막상 방송 전날이 되면 " 내가 왜 이걸 하지"라는 자문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방송대본을 써놓고 머릿속에 정리하는 게 나이가 들수록 쉽지가 않아서다.

그러나 방송을 마치고 나면 " 내가 준비한 말은 다 했나 "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몇 번의 경험을 거친 후 이제는 후회하거나 돌아보지는 않기로 했다. 그냥 끝이다. 그래야 편하다.



오늘은 "jibs 김민경의 NOW 제주"에 마을기자로 출연을 했다. 생방이어서 사실 긴장의 몫은 더 커진다.

프로그램은 아침 출근길 라디오를 들으면서 출근하는 사람들의 벗이다. 나는 우리 동네의 이야기를 전해주면 된다. 출연을 하고 나오는 순간 몇 차례나 지인으로부터 출근길 차 안에서 들었다는 문자를 받은 기억이 있다.

요새는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유튜브를 통해서 보이는 라디오로 생방을 하면서 청취자들의 피드백을 바로 받으면서 얘기를 하기도 한다.   


이 프로는 몇 년 전부터 1년에 몇 차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출연을 했다.

작년 이맘때쯤 방송을 하고 거의 1년 만이다. 그때가 우리 가족의 전주여행과 일본여행의 사이인 걸로 기억한다. 근황토크에서 전주여행기를 다녀온 얘기와 소회를 얘기했다.

" 다음에는 가족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얘기를 해주세요.."라는 진행자의 요청을 받으면서 끝냈는데

작년 9월 가족이 일본여행을 다녀온 얘기를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기억을 한다.



내가 마을 공동체 미디어를 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꽤나 많이 방송출연과 인터뷰를 하고 취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매번 출연섭외가 오면 처음에는 내면에서 한참을 망설이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 하는 얘기가 제대로 전달이 될 수 있을런지?

해당 프로그램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다.


종종 우리는 악마의 편집물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영상이나 음성에서 앞뒤를 자르고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편집을 해버리면 전혀 다른 얘기나 주장이 된다.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묻혀버리거나 사라지는 경우다.

나도 마을미디어를 하기 전 마을일로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방송사의 임의적인 편집에 당한 적이 있기에 방송사하고의 인터뷰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마을미디어를 처음 시작할 때 견학했던 곳에서 들은 공통적인 얘기가 있다. 기존 방송을 보는 시각이다. " 기존 방송과 같이 하려 하거나 따라 갈려하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질 수 있다고, 그리고 아픔을 겪을 수 있으니 불가불 불가원 가급적 엮이지 않는 게 속 편하다고.." 당시에는 뭔 말인가 했는데 내가 마을미디어를 하면 할수록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나는 마을과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마을기자다


오늘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섭외요청을 왔을 때도 잠시 망설였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조건이 편했다.  

마을기자로써 동네소식을 틈틈이 전해주면 되는데..

방송시간은 20분이고요, 주제는 제한이 없습니다. 직접 고르고 취재하시면 되고요

방송은 전화로도 가능하고, 직접 출연도 가능하고요

출연은 저희가 스케줄에 따라 요청이 있을 때 하면 되는데 1~2달에 1회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굉장히 프리한 섭외다. 그러나 장기적인 출연요청이다. 마을미디어를 하는 입장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직접 아무런 제약 없이 내 원고 그대로 할 수 있음에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마을에서 방송활동을 처음부터 같이 하고 있는 후배와의 긴 얘기 끝에 참여하기로 했다.  


사실 마을이야기를 정기적으로 시의성 있게 20분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공중파에서 다루는 얘기를 따라서 반복할 수는 없다. 행정에서 발표하는 얘기를 대신할 수도 없다. 그보다는 더 마을과 주민들에게 밀접한 얘기를 다루어야 한다.  마을 주민들이 하고 싶은 얘기인데 할 곳을 못 찾아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얘기를 담아서 대신해 주는 외부 스피커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알기에 마을공동체 미디어를 하는 미디어 활동가라는 이름을 걸고 나서기에는 항상 부담이 간다.     



마을 공동체미디어는 마을 얘기, 우리들의 살아가는 얘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만들어간다. 돈도 없고, 힘도 없고, 조직도 없어서 이름과 타이틀보다는 내용과 명분으로 살아간다.


오랜만의 방송나들이는 지쳐가고 나태해지는 나를

미디어활동가의 초심으로 돌려보내주는 재충전의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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