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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Jun 17. 2023

제41회 대한민국 연극제 제주 개막식을 보다

"연극, 일상에 스미다"라는 주제를 가진 41번째 대한민국 연극제가 이곳 제주에서 시작되었다. 모처럼의 기회 시간을 내서 현장을 다녀왔다.


나도 한때는 연극을 한다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런저런 무대공연도 있다면 부지런히 쫓아다닌 적도 있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는 공연장을 찾는다는 게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지금은 가끔 아니 특별한 경우 1년에 몇 번 정도 공연장을 찾는 게 전부다.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다. 옛 극단 동료가 출연한다는 연극을 보러 갔는데, 그게 대한민국 연극제의 개막식이었고, 개막공연이었다. 


7시부터는 개막 공연이고, 바로 전 6시부터는 개막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장소가 제주도 문예회관 대극장이다. 집에서는 거의 반대위치다. 승용차를 가지고 가더라도 한 30여분 이상이 걸리는데 문제는 주차다. 행사장도 주차장이 있고, 인근에도 주차장이 많아서 평소에는 주차가 비교적 여유로운 곳이다. 문제는 개막공연을  개막식에 이어서 하기 때문에 차량이 붐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현장에 가서 해결을 해야 될 듯싶어서 출발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 공연은 7시부터 이나 5시경 아내와 같이 출발을 했다. 문예회관 주위는 자주 다녔던 곳이라 인근의 교통이나 주차장 상황을 훤하다. 여건이 되는 곳에 주차를 하고, 시간이 되면 인근에서 고기국수라도 한 그릇 먹자는 생각이었다. 


예상한 대로다. 문예회관 정문에서는 행사요원들이 만차라는 팻말을 걸어놓고 차들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행사장으로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정문 앞에서 우회를 할 수밖에 없었다. 행사장이 있는 동네 블록 골목과 대로를 2번이나 배회를 했다. 결국은 행사장에서 조금 멀다 느끼는 삼성혈 인근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여기서 행사장까지는 큰길을 돌아서가면 먼 길이다. 다행히 신산공원하고 문예회관은 붙어 있어서 신산공원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이 있었다.  


도착하니 5시 반이 조금 넘었다. 입구와 현관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언론에서 취재를 하려는 듯 곳곳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인터뷰를 하려는 듯 양복 입은 신사들이 버티고들 서있다. 

일단 초대권을 찾아야 한다. 지정석이라 초대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데 현장에서 찾기로 약속이 돼있었다. 초대권은 옛 극단동료인 친구가 나눠주고 있었다. 


" 오랜만이네 " 80년대 말 젊은 시절, 가람극단에서 같이 연극을 한다고 어울렸던 동료다.

" 테켓 받으려고, 누구 이름으로 예약했는데..." 

" 그래, 몇 장 줄까?  지금 들어가서 개막식도 보고 해라 " 몇 마디 수인사를 하고 티켓을 건네주었다. 

나중에 사이트를 보니 그 친구는 이번 대회 행정 및 진행업무를 총 감독하고 있었다.  


티켓을 받아 들고 발 디딜 틈 없는 로비를 벗어나서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 좌석번호를 보고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무대가 훤히 가까이서 보이는 자리다. 


무대에는 의자나 탁자가 하나도 없다. 심지어는 마이크도 없다. 탁 트인 무대 그대로이고, 무대 한구석에 진행용 탁자가 있는 게 전부다. 색다른 개막식 무대다. 


개막식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약속된 정시가 지나서 시작이 되었다.

무대만큼 개막식도 특이했다. 제주출신 문희경 배우와 협회관계자가 진행을 했다. 가끔씩 터져 나오는 문희경배우의 제주어 솜씨가 토종 제주인임을 증명한다. 


개막식의 첫머리는 내빈소개다. 전국에서, 심지어는 외국에서까지 찾아온 내빈 소개가 있었다. 본격적인 개막식이 시작됐다. 국민의례가 끝나자 일단 개회사, 축사를 할 모든 사람을 텅 빈 무대로 불러냈다. 제주도지사, 문체부차관, 도의회 의장과 연극관계자를 호명하고 무대에 나오도록 했다. 7명이 무대정면에 일렬로 서게 했다. 선자리에서 도우미가 마이크를 주면 각자 덕담을 하라는데 제한시간은 1분이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 어, 저렇게 높은 사람한테 아무런 무대장치도 없는 곳에서 우두커니 선채로 1분만 얘기하라고 한다고.."


보통 행사는 첫날 개막식이 전부다. 내빈 소개에 이어 연사마다 5분, 10분씩 얘기를 한다. 개막식을 지루하게 만들어서 참석을 기피하게 만드는 이유 1호다. 이젠 행사 관계자가 아니면 참석을 안 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은 많이 다르다. 


" 내가 요즘 행사 개막식을 안 가봐서 그런가?, 내가 트렌드가 바뀜을 모르는 걸까? "   

하여튼 상큼하다. 1분씩이 끝나자, 말할 기회를 너무 짧게 줘서 미안하다고 이번에는 사회자가 연사들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토크를 한다. 

요구사항이나 질문도 가지자기다.  연극대사를 해달라는 경우, 제주어로 인사를 해달라는 경우, 연극에 대한 지원을 받아내는 등 자유스러운 분위기다. 관객과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제주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본격적인 생활의 터전을 옮긴 사람도 많고, 휴식공간인 세컨드하우스로 제주를 택한 분, 생업의 공간으로 제주에서 사업을 하는 연예인도 많다. 예전에는 제주에서 연예인을 본다는 게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요새는 가끔 동네에서도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한다.


색깔 있는 연기와 입담으로 알려진 전직 국회의원인 최종원 배우도 제주로 옮긴 지 3년이라고 한다. 최배우는 제주에서 생활만이 아니라 필드에서 제주 연극인들과 어울리고 공연을 같이 하기도 한다. 작년에도 제주 연극인들과 함께 했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제주에서 개최하는 대한민국 연극제에 많은 협조를 하고 명예대회장을 하고 있다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사실 제주로 터전을 옮긴 많은 연예인들이 제주가 주는 브랜드 이미지와 환경을 가지고 자신의 활동과 영업에 활용을 하지만 제주를 위해서 같이 노력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제주에는 2010년 이후 물밀듯 밀려오던 제주로의 이주민을 보면서 제주인들이 느꼈던 아픔과 걱정이 있다. 인기라는 공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도 그 이주민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제41회 대한민국 연극제 제주는 연극을 하는 사람과, 전국에서 연극무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제다. 6.15일부터 7.3일까지 도내 4개의 공연장과 실내외 보조공연장에서 펼쳐진다. 

개막공연과 루마니아 극단의 초청공연, 대한민국 연극인 100인 토론회, 제주국제연극 포럼, 연기향상 워크숍이 있다. 그리고 본 무대는 전국 16개 시도대표 극단이 경연하는 본선경연이다. 본선경연장 야외무대에서는 공연 아티스트들의 프린지 이벤트가 열린다. 다양하고 열정적인 무대와 행사가 이어진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가서 연극을 하는 딜리버리 공연도 한다도 한다. 슬로건에 부합하도록 많은 노력을 한 흔적이다.


http://ktf365.org/jeju-event-info


"연극, 일상에 스미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이라고 한다. 

우리가 연극을 관람한다는 것은 일상이 아니라 특별한 일이다.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고, 특별히 일정을 잡아야 관람이 가능한 일종의 이벤트이자 행사다.


그러나 어찌 보면 우리의 일상은 연기의 집합체일 수도 있다.

그 연기를 보아둔 것이 연극이다. 

그러니 우리의 생활이 연기이자 연극이다. 

이제 연극이 우리의 일상임을 자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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