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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y 05. 2023

기억을 기록하는 사람들, 시민 아키비스트

기억을 기록하자

우리는 살면서 기록을 잘 남기지 않는다. 삶의 흔적이 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숙제로 내주시던 일기장 정도가 있다.

요즈음은 정치인을 수사할 때 중요한 단서가 되는 업무노트나 비망록도 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에 메모장이나 카렌더 기능이 있어서 간단하게나마 일정을 기록해 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글보다는 말을 많이 하고 선호하는 것 같다.


우리의 일상은 늘 말이다.


필요 있는 말, 필요 없는 말, 중요한 말과 무심코 던지는 의미 없는 말까지 말로 시작하고 말로 끝난다. 우리는 현장에서 즉시성 있게 내 감정과 의사를 말로 표현하면서 살아간다. 말은 즉석에서 하기에 잘못되면 수정을 하기도 하고, 틀리면 취소하면 그만이다. 말은 휘발성이 강하기에 말한 즉시 사라진다. 현장성이 있기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외에는 들을 수가 없다. 상대방도 이미 말로써 공기 중에 사라진 단어와 문구를 일일이 기억하면서 이행을 요구하거나,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말은 쉽고 즉시성이 강한 만큼 책임소재에서도 글보다는 가볍다.  

 

글은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 


즉 사전에 필기를 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종이와 펜이 필요했으나 이제는 휴대전화나 태블릿만 있어도 된다. 휴대전화는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라 언제 어디서든지 필기할 준비는 돼있다고 해도 되겠다. 글은 생각이나 대화를 문자화시키는 것이기에 일정한 형식을 따라야 한다. 나중에 보고자 하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게 작성을 해야 한다. 혹시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기에 단어나 어휘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보관,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보관과 전달이 가능하고, 흔적이 남기 때문에 자료와 근거로서 책임소재가 분명해진다.


그러기에 우리는 글보다는 말을 선호한다. 


수많은 기록과 책들은 가진 자, 힘 있는 자들의 얘기다.
백성들의 기록은 없다. 기억 속에만 있다.


역사는 기록된 것을 중심으로 얘기한다. 


문자를 사용해서 기록된 자료다. 그런 의미에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라는 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 책의 내용을 가지고 우리나라 역사를 얘기한다. 기록되지 않는 것들은 쉬 잊힐 뿐만 아니라 그것이 신뢰할만하더라도 개인이나 기억하는 자의 기억으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기록과 책들은 가진 자, 힘 있는 자들의 얘기다.  


왕과 왕궁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대신들의 이야기, 공부한 학자들의 이야기, 양반들의 이야기가 주류다.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이 기록한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역사, 책에서 읽고 있는 역사는 힘 있고, 가진 자들만의 이야기다. 그들의 역사적 관점에서의 얘기다. 서민들이나 백성들의 얘기는 당시의 풍경이나 생활상으로 묘사되거나 그려질 뿐이다.  


글을 배우지 못한 백성들이 많은 시대다.


기록을 하고 싶어도 글을 모르기 때문에 기록을 할 수 없는 시대였을 것이다. 그러기에 일반 백성들이 삶과 문화에 대한 기록은 없다. 가끔은 양반들이 일반백성의 삶을 묘사한 기록들이 있기는 하다.    


" 기억을 기록하다".. 서민들의 기억을 역사로 기록하자


최근에 "기억을 기록하다"라는 이름으로 시민 기록자를 양성하는 과정들이 생겼다.


제주학 연구센터의 "시민 아키비스트 양성과정"이다.

작년에 기초과정을 마치고, 올해 심화과정을 수강 중이다. 다음 주 개인별 주제발표를 마지막으로 수료를 하게 된다. 이제는 시민 아키비스트로서 스스로 주제를 찾아서 기록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제주학 연구센터의 과제수행에 동참하기도 한다.

과정에서는 기록의 필요성, 구술채록하는 방법, 조사방법론과 기록학, 영상, 사진을 이용한 기록방법, 지역학 아카이브 등에 대해서 전문가들로부터 심도 있는 교육을 받았다.


마을의 아카이브와 내 삶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려면..


나는 마을에서 방송을 시작한 2015년부터 마을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몇 년간의 과정에서 내가 아카이브 하고자 하는 마을의 역사는 기록된 것보다는 아직 발굴, 정리되지 않는 미발굴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즉, 마을 주민들의 기억 속에 있는 이야기들이다. 이를 구술채록으로 끌어내고 정리하는 것이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고, 마을 아카이브의 첫걸음임을 깨달았다.



나는 올해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기 위한 비슷하지만 다른 2개의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제주학 연구센터의 시민 아키비스트과정과 제주문화원의 시민기록자 과정이다. 기왕 하는 일 조금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이게 해 보기 위함이다. 아직은 시민기록학이나 아키비스트라는 과정이 아직은 덜 쳬계화되고, 덜 알려진 분야라는 것을 느낀다. 하나 선구자적 입장에서 접근을 하고 있다.


요새는 연습하는 과정으로 내 어릴 적 삶에 대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조금씩 하고 있다.

내 가족과 내 부모의 삶에 대해서도 기록을 위한 자료를 정리해보고 있다. 정리되는 어느 날 책으로 발간을 해서 보관을 하려고 한다.

 

"당신이 가장 고마운 당신 부모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해주지 않는데 누가 해주겠는가?"

라는 질문을 작년 기초과정에서 받았을 때 가슴 깊은 울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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