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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Feb 28. 2024

낯설은 일정

늦둥이를 군대 보내면서

요즘은 매일 일정 조정 때문에 가족 단톡이 난리다.


3월 초 입대하는 늦둥이 아들 녀석 때문이다.

누나들과는 한참 터울로 태어난 애, 우리가 중년을 넘어서면서 품에 안은 자식이라 언제나 클지 걱정했었는데 벌써 성년이 돼서 국방의 의무를 하러 군대에 간다고 한다.


작년부터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사실 그때는 담담했다.

이제 영장을 받고, 일정을 앞에 두고 보니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는 난감함이고 걱정스러움이다.

우리에게는 항상 막내였고, 어린애였으니 말이다.



나는 1981년 육군 논산 군번이다. 지금이 2024년이니까 강산이 몇번 바뀐 세월이다.

입대하는 날 빡빡머리를 하고 제주도병무청에 집합했다.

인원 확인을 하고 걸어서 제주항으로 갔다. 두리번두리번 좌우를 살폈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는 부모님들이나 친구들이 옆에서 졸졸 따라 올 수 있었다.

제주항에 도착하자마자 철책 보안 구역이 있는 철책 안으로 들어가니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줄줄이 들어가서 눈물의 가야호를 타고 우리는 목포로 갔다. 한 7~8시간을 탔나?

목포의 어느 국민학교 교정에 모여서 다시 인원 확인을 했다.

다시 목포역으로 가서 완행열차를 타고 논산으로 갔다.


논산 훈련소 맞은편 길 하나 건너에 있는 수용연대에 들어가는 것으로 사실상의 입대 절차가 끝났다.

여기서 다시 신체검사를 하고 문제가 있는 장정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당시에는 진짜 부러웠다. 그 장정은 다시는 군대 안 와도 되는 줄 알고 말이다.

 

집에서 입고 왔던 모든 옷을 벗고, 군대 물품으로 모두 바꿔 입었다.

군대의 대명사인 더블백에다 일일이 피복과 물품의 개수를 세면서 집어넣었다.

집에서 입어왔던 옷, 즉 사제 옷은 부모님께 보낼 거니까 고이 잘 개서 정리하라는 말에 울컥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는 더블백을 메고 길 하나를 건너니 논산 훈련소였다.

나는 28연대에서 4주간의 교육을 받았다.


그게 입대과정의 전부였다. 심플했다.



이젠 입대하는 방법이 너무나 달라졌다. 좋은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다.

모든 것을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하게 되어 있다는데 약간은 혼란스럽다.  


일정을 맞추어야 하고 병과도 대부분 지원제도라, 일일이 찾아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는 신병훈련소도 직접 고를 수 있다.

그러게 몇 번을 지원해도 안되면 할 수 없이 국가에서 데려갈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제는 군대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들도 2학년을 끝내고 군대를 다녀오기로 하고 지원했다.

다행히 본인이 원하는 병과와 입대 시기를 맞출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주에 사는 부모님이 아들 입대 모습을 보기 위해서 가는 일정은 보통이 아니다.

대부분의 군부대는 산골 오지에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가야 할 곳은 연천에 있는 5사단 신병교육대다.

제주에서 가려면 서울까지 비행기로 이동을 하고 다시 부대까지 가야 한다.

그 길이 문제다.

지하철도 이용할 수 있고,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렌터카를 빌려도 된다.


그러나 가는 목적이 편치 않으니, 어느 수단을 이용하든 불편함은 평소의 서너 배가 된다.


그래서 일정 조정이 어렵고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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