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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r 01. 2024

주유할 때마다 신경 쓰이네

엔진/배출가스 자가 진단 경고등이 들어오는 이유


나는 주유를 할 때마다 신경이 예민해진다. 주유구 캡을 제대로 닫았는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캡이 제대로 안 닫혔을 때는 종종 배출가스 자가진단 경고등이 들어온다. 그럼 A/S 센터를 다녀와야 한다. 불편함이다.

 




꽤 오래전 일이다. 신차를 구입하고 얼마 안 된 시기에 갑자기 경고등이 들어왔다.

차를 구입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런 경고등이 들어오지, 찜찜한 마음에 급히 A/S 센터로 갔다.


" 이거 차에 다른 문제가 생긴 건 아니고 주유하고 나서 주유구 캡을 잘 안 닫아서 생긴 거 마씸"

차에다 패드를 연결해서 살피더니 하는 말이다. 그리곤 주유구를 열어서 캡이 이상하게 닫힌 것을 보여주고는 다시 닫는 걸로 끝났다.

"이런 경고등이 나왔을 때 주유구 캡을 열고 제대로 닫았다고 바로 없어지는 게 아니고, 무조건 A/S 센터에 와야 경고등을 지울 수 있쑤다, 오늘만 무료고, 다음부터는 유료입니다"라고 충고성, 경고성의 얘기를 해주었다. 그 후로 주유할 때마다 주유구를 닫는 것을 유심히 보게된다. 괜히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잠잠하던 경고등 켜짐은 최근 들어서 꽤 자주 발생한다.

주유를 하면 종종 경고등이 잠시 들어왔다가 저절로 없어지기도 하고, 다시 주유하면 없어지기도 한다. A/S센터 사장님의 얘기하고는 다르게 상황이 전개되어 갔다. 그래도 저절로 없어지니 "별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차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왔다. 차가 잘 안 나가고 무겁다는 평소하고는 다른 느낌이다.



올해 1월1일 서귀포를 다녀오다가 자주 가는 곳에서 주유했다.

마침 직원은 1명뿐인데 차가 동시에 4~5대가 주유를 하러 들어가니 직원은 정신이 없이 헤매고 있었다. 기다렸다가 엉겁결에 해주는 주유를 하고 나왔다. 좀 달리니 아니나 다를까 배출가스 경고등이 들어왔다.


" 주유소 직원이 정신이 없다 보니까 주유구를 제대로 안 닫았구나, 좀 있으면 없어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집으로 왔다. 하루 이틀, 몇 날 며칠이 지났건만 없어지지 않았다. 한 달이 넘게 남아 있자 할 수 없이 A/S 센터로 갔다. 주유구 문제겠지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차를 맏기고 집으로 왔다.  


"이거 작업이 좀 커지겠는데요, 써모스테트를 교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용도 한 30만 원 들고요"

아닌 밤중에 홍두께다. 써모스테트라는게 뭔 기능을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부품이 이상 있을 때 생기는 문제로 얘기하는데 내가 느끼는 문제와 거의 유사했다. 비용이 들더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메뉴얼을 찾아보니 경고등의 정확한 명칭이 엔진/배출가스 자가 진단 경고등이었다. 물론 주유구를 잘 못 닫았을 때도 이 경고등이 뜨지만 엔진에 문제가 있을 때도 이 경고등이 뜬다. 그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처음 A/S센터 사장님이 지나치게 가볍게만 나한테 알려준 게 오히려 독이 된 거다. 그리고 나는 그 말만 있고 진짜로 엔진 부분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를 무시한 거다.

가운데 노란게 엔진/배출가스 자가 진단 경도등이다



거금을 들여서 수리하니 차가 쌩쌩 달린다. 가벼워졌다. 처음 느낌 그대로다. 몇 번의 주유를 해도 다시 경고등이 들어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경고등이 다시 들어왔다. 잔뜩 독오른 마음을 가지고 A/S 센터를 갔다.


"이거, 다시 경고등이 들어오잖아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사장님, 이거 와서 보십시오" 좀 있자니 기사가 씩씩거리면서 부르길래 차를 점검하는 곳으로 갔다.

"이거 않아서 이곳을 보십시오. 주유구 캡이 제대로 닫혔나? "

자세히 보니 주유구 캡이 비스듬하게 물려서 닫혀있는 시늉만 한 거였다.

"이러면 차가 가면서 출렁이면 여기로 연료가 넘쳐나기도 하고, 경고등이 들어오기도 해요"

다시 패드를 붙여서 경고등을 지워주길래 쑥스러운 기분으로 돌아섰다.

 


이제는 주유할 때 마다 신경이 쓰인다.  

어떤 때는 내가 내려서 직접 보기도 하고 주유구를 제대로 닫아 주기를 부탁하기도 한다.

어떤 곳에서는 주유하는 직원이 괜히 꺼리면서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다.


"무사 마씸? " 신경을 거스른다는 소리다.


그리고는 출발하자마자 이내 경고등이 들어왔는지를 재빨리 체크한다.


혹시 내가 주유를 잘못 할까 봐 나는 절대 SELF 주유소는 안 다녔다.

항상 직원이 주유를 해주는 곳, 그것도 알바가 아닌 직원들이 주유를 해줌직한 주유소만 찾아다녔다.


그러나 안 되겠다.

이젠 내가 직접 주유를 하는 SELF 주유소를 찾아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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