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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Jun 21. 2024

이호테우해수욕장 모래밭을 맨발로 걷고 있자니..

바름을 어지럽히는 빗나간 상혼들

아침 6시 이호테우해변 모래밭을 맨발로 걸었다.

바스락바스락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소리와 이따금 발등에 와닿은 바닷물의 촉감이 새로웠다.



실에 TV는 30년이 넘도록 아침 6시면 자동 켜짐을 하고 간밤의 세상 소식을 전해준다. 눈을 뜨니 밖은 밝은데 TV가 안 켜진 것을 보니 6시가 안 된 모양이다.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며칠간 찌뿌둥한 몸을 챙겨보고자 아침 일찍 산책길을 나섰다. 망설일 필요도 없이 바닷가로 향했다. 어제 하루 종일 내린 폭우가 멈춘 터라 천연덕스러운 바닷가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이른 시간 바닷가로 향함은 낯선 경험이다. 이 길은 주로 저녁노을이 지는 시간 걷는 코스다. 왠일인지 모르지만, 지는 저녁노을을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길은 한가하다. 이따금 아침 운동을 하는 한두 사람이  보일 정도다. 저녁 시간 왁자지껄하게 부딪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동쪽 사라봉 끝을 타고 올라오는 아침 태양도 처음이다. 시작한다는 장면을 본다는 것은 부지런한 사람들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어제 하루 종일 짓궂게 굴던 강풍과 폭우는 시효를 넘겼는지 바닷가는 조용하다. 해안도로에서 보는 바다는 정말 평온하다. 뭔가를 툭 던지면 바로 파도가 요란하게 반응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이호해수욕장은 내가 정한 반환점이다. 

멀리서 보는 해수욕장 모래밭에는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아침시간 뭘 하기에 사람들이 많지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무리를 지어서 뛰는 젊은이들도 보였다. 손에는 뭐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려다 궁금증을 해소해야 할 것 같아서 모래밭으로 들어갔다. 모래밭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손에 든 건 신발이었고, 젊은 무리는 아마도 전지훈련을 온 운동선수들인 것 같았다.


엊그제 아침 방송이 생각났다. 맨발 걷기를 하니까 세상이 달라졌다는 강원도 어느 학교의 선생님 얘기다. 본인이 경험을 하니 효과가 있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전파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나도 어느덧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발 속에 담고 있었다. 신발이 빠질 염려가 없으니 성큼성큼 모래밭을 걸어서 물가로 갔다. 바닷가를 걷고 있는 사람들 무리 속에 끼어들었다. 지그재그로 걸면서 이따금 들어오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오랜만의 경험이다. 어릴 적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던 추억이 생각났다. 걷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심지어는 외국인까지 있다. 해안선의 길이는 500여m를 조금 넘는다. 다가오는 물길을 발길로 차면서 멍하니 걷다보니 어느새 해수욕장 끝지점에 다다랐다. 발바닥에 묻어 있는 모래를 털면서 방파제로 올라왔다. 다음 주에는 방파제에도 맨발 걷기를 위한 코스를 만들 예정이라고 옆에서 귀뜸해준다.


테우로 브랜딩을 한 이호해수욕장이 이번에는 모래밭 맨발 걷기라는 콘텐츠를 다시 선점할 모양이다. 옆에 있는 마을이지만 항상 먼저 아이디어를 찾고, 마을 사업화함에 놀랄 뿐이다. 이호테우해수욕장은 이미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얼마 전 이호테우라는 명칭을 둘러싸고 나를 슬프게 했던 일이 생각났다.

집 인근 바닷가 경치 좋은 곳에 굉장히 규모가 큰 숙박업소인 호텔이 생겼다. 바닷가의 조망권을 전세 낸 듯한 건물이다. 처음 시작 때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긴 했었다. 실소유주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호텔이 완공되니 길에서도 보이게 건물 외벽에 떡하니 "신라스테이 플러스"라는 상호가 붙었다. 공식 명칭은 이호테우가 붙었다. "신라스테이 플러스 이호테우"다.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이호테우해변에 있는 신라스테이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호텔은 이호동이 아닌 외도동에 있다. 행정상, 법정상 다른 구역이다. 거리도 꽤 있다. 무슨 의도인지 들어볼 필요도 없다. 이호테우해수욕장은 이제 우리나라 최대의 기업에서 사용하고 싶어 할 정도로 이름있는 곳이 되었다.

    


엊그제 마을 방문 중 이장님의 하소연이 문득 떠올랐다.

인터넷에 자기네 마을에 있는 것들이 엉뚱하게 다른 마을에 있는 것으로 전파가 되고 있어서 화가 났다는 얘기다. 관광차 언뜻 들렀던 곳에서 들은 정보를 잘못 전파했는데, 이 잘못된 정보를 확인 없이 인용, 인용하다 보니 이게 인터넷상에는 더 많이 전파되고 마치 맞는 정보처럼 돌아다니고 있다는 슬픈 얘기다. 어떻게 하면 마을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느냐는 고민이었다.


이호테우해수욕장의 모래밭을 맨발로 걷고 있자니

머리를 가득 메우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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