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삼일극장에서였다. 하이틴 영화인 얄개 시리즈, 크린트 이스트우드의 서부영화, 이소룡의 무술영화가 한참 인기를 끌던 시절이다. 삼일극장에서 상영될때마다 거의 다 관람을 한 것 같다.
결혼하고 가족이 생기면서 영화관은 1년, 아니 몇 년에 한번씩 가보는 가기 힘든 곳이 되었다.
내가 영화관을 찾는 경우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특별함의 대부분은 영화를 좋아하는 자녀들이 가족 단체영화관람을 재촉하는 경우다. 딸들은 서울에서 자기들끼리 영화를 보고는 이거다 싶으면 휴가 때 와서는 가족 동반 영화 관람을 스케줄에 포함한다. 다수결로 하기에 나의 의견은 거의 무시가 된다. 아이들은 영화를 핑계로 가족 모두가 같이 외출하고, 색다른 곳에서 다른 분위기에 젖어 보는 이벤트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속 내를 알기에 우리 부부는 모른 척 수긍을 한다.
"아빠 우리 회사에서 만든 영화 초대권이 있는데..."
어느 날 첫째가 단톡에 올린 메시지다. 얼른 보아서는 초대권이 있으니, 엄마와 둘이서 제주에서 영화를 보시겠냐는 질문이었다.
영화는 얼마 전에 시사회를 다녀오고서는 "재미없다고..." 본인이 평가했던 영화다. 본인이 재미없다고 영화를 평가했기에 엄마하고 아빠한테 보라고는 직접 권유를 못 하고 망설이는 눈치였다.
"주위에 누가 있으면 주지, 아니면 동생한테 주던지..." 그러고는 며칠이 지났다. 초대권이 주인을 못 찾은 모양이었다.
"아빠 20일까지 보면 되는데, 시간 안 되세요??" 재촉하는 메세지가 떳다.
둘째는 영화보러가면 팝콘은 자기가 쏘겠노라고 옆에서 분위기를 거들었다.
이쯤 되면 가는 게 여러가지로 도움이 될것 같기도 하고, 훗탈도 없을 것 같았다. 사실 나도 영화관을 다녀온지가 기억에 없어서 오랜만에 영화관을 가보고 싶기도했다.
상영일자와 시간을 맞추는게 쉬운게 아니었다. 시간을 쪼개다 보니 당일치기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좌석이 있을까, 예약이 가능할까하는 걱정으로 연락을 했더니 덜컹 좌석 예매표가 단톡으로 날아들었다. 인기가 없어서 인지 좌석이 널널하다고 첨언을 했다. 이쯤되니 둘째도 약속을 지킨다고 바로 팝콘과 저녁 데이트비용을 보내왔다. 이렇게 아주 오랜만에 우리부부의 영화관 데이트는 이루어졌다.
" 리클라이너관이구요, 아마 엄마, 아빠 둘이만 영화를 볼수도 있어요.."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리클라이너관이라, 인터넷을 찾아보니 편안히 눕고, 다리를 올려서 볼 수 있는 안락 의자가 있는 영화관이었다. 예전 좁디 좁은 좌석사이를 연신 허리를 조아리면서 미안하다면서 지나가서 자리를 찾곤 했는데, 안락의자가 있는 영화관이다. 영화관이 관람료가 천정부지로 한 없이 올라가는 이유를 알 듯 싶었다.
처음가는 낯선 곳인 경우는 미리 서두르는 게 낫다. 30여분여를 미리 챙겨서 영화관에 갔다. 예전에 한번 온 경험이 있는 영화관인데 많이 달라졌다. 예약번호로 키오스크에서 티켓을 받았다. 팝콘을 살려고 데스크에 가니 키오스크를 이용하라고 한다.
영화표에 음료수 할인권이 있어서 콜라를 주문 했다. 예전에 그랬듯이 2명이니 2개를 주문하니 직원이 깜놀 표정이다. 저렇게 크게 나오는데 2개를 주문하겠느냐는 놀람의 표시였다. 콜라가 담겨저 나오는 컵을 보니 둘이 먹다가도 남을 양이었다. 직원이 놀랄만도 했다. 팝콘을 들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리클라이너관이라 그런지 자리와 자리사이 간격이 널널했다. 의자는 엄청 편해보이고, 넓었다. 그러너 상영 10분전인데도 영화관은 텅텅이다.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전부였다. 입구에서 티켓검사도 하지않았다. CCTV로 원격에서 체크를 한다고 한다.
편한 리클라이너관
어릴적 영화관 입구에는 덩치큰 기도 아저씨가 있었다. 영화표를 검사하고 입장을 허락하던 우리가 볼때 막강한 힘을 거진 사람이었다. 종종 뒷문으로들어간 불법 침입자를 잡아내는 일도 하고, 극장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노라면 불러서 무료입장을 시켜주는 일까지 했다. 몇년전인지 모르지만 바로 전 영화관을 찾을때까지 표를 검사하는 직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영화관을 들어오는데, 이 큰영화관에 직원인 듯 한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가 않았다.
큰 영화관에는 우리 부부와 바로 앞에 부부인 듯한 남녀가 전부였다. 4명이서 아주 편한 내 맘대로의 자세로 눕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면서 영화를 관람했다. 러닝타입 2시간여, 거실에서 배게를 깔고 누워서 보는 기분이었다. 커다란 통에 담긴 팝콘과 콜라는 둘이 교대로 당기면서 손을 노리더니 영화가 끝날때쯤되니 바닥이 보였다. 팝콘과 콜라가 2명이서 2시간동안 먹을 수 있는 분량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