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오랜만에 마트 오픈런을 했다.
옆 동네에 있는 하나로마트에서는 매주 화·목요일마다 화목한 아침 세일이라는 할인 행사를 한다.
마트 오픈을 하고 1시간 동안 잠깐이다. 운수 좋은 날은 매우 파격적인 할인이 있어서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는 매주 밴드를 살펴보다가 우리가 필요한 상품을 할인할 경우 종종 출동한다.
올해 제주는 삼겹살로 시끄럽다. 비계 삼겹살로 시작해서 엊그제는 수입산을 제주산이라고 속여서 판 판매업자가 단속에 걸렸다. 육지에서 반입되는 돼지고기를 제주산이라고 속여서 판매하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종종있다. 제주에서 제주산 돼지고기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제주산 돼지의 도축량은 한정적이다. 도축되는 돼지고기의 30%만이 제주에서 소비가 되고 나머지는 모두 육지로 나간다고 한다. 제주에서 나머지 소비량은 수입산, 육지산 돼지고기라는 얘기다. 찾는 이들은 많은데, 공급량은 한정적이다 보니 제주에서도 제주산 돼지고기와 수입산하고는 가격의 차이가 크다. 가격의 변동도 심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농산물만 판매한다는 농협의 하나로마트는 일단 믿을 만하다는 생각에 돼지고기는 항상 하나로 마트에서 구입한다. 마트를 갔을 때마다 항상 물가의 기준으로 보는 게 돼지고기 가격이다.
제주에서도 돼지고기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계절별, 매장별, 자역별로 차이가 심하다. 최근에는 생 오겹살 100g당 가격이 2,000원대~ 3,000원대 중반까지다. 보통은 2,000원대 초중반인데 연휴, 휴가철, 년말이면 가격이 슬쩍 3,000원대 중반까지 오른다. 일단 수요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하나로 마트 가야겠는데..화목한 세일 오겹살이 1,990원이야, 애들이 온다는데 사둬야 하지 않을까?"
잠자리에 있던 아내가 휴대전화를 보더니 갑자기 혼자 중얼거린다. 엊그제 마트갔을 때 가격이 2,800원정도였는데 그걸 1,990원에 판매한다니 제법 인심 쓴 가격이다.
7시 40분 정도에 출발하고 10분 만에 도착했다. 문을 열기 10분 전인데 입구에는 제법 줄이 섰다. 옆 동네인 애월읍은 아직도 시골이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뭐를 사는 경우에 익숙해 있지않다. 그러니 입구가 막힐 정도로 줄을 섰다는 것은 대단한 경우다.
인기 품목이 할인을 많이 하는 경우는 판매 물량을 제한 하기도 하지만 한 사람이 구매할 수 있는 물량도 제한한다. 그 때문에 입장이 허락되는 순간 판매대를 향해서 제주어로 도름박질(달리기)을 해야한다. 계속되는 행사에 요령이 생긴 사람들은 이제 가족을 동반한다. 반바지에 기상을 한 지 얼마 안 되는 차림새의 남편들이 후줄근한 모습으로 패잔병처럼 뒤따른다. 조금만 늦어도 휑하니 비어있는 매대를 보고 돌아서야 하는 경우도 많다. 여름 휴가철인 지금 한창 인기 있는 품목은 돼지고기와 한치다. 여름철 물회로 최고 인기 품목인 한치는 요새 매장에는 없다. 이상 수온 현상으로 잡히지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세일은 생각할 수도 없다.
몇차례 참여해 본 우리도 요령이 생겼다. 일단 역할 분담을 한다. 카터를 가진 나는 뒤따르고, 아내만 줄을 선다. 움직이는 게 편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이다. 사야할 물건들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아내는 1순위 코너로, 나는 2순위 코너로 향한다. 이정도다.
오늘은 오직 오겹살만 사면 된다. 내가 천천히 정육코너에 다다를 무협 아내는 자랑스럽게 노획물을 들고 돌아오고 있었다. 한손에 2팩씩 4팩을 들고 있었다.
"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 큰손인 아내의 자랑스러운 개선 멘트다.
이젠 이 오겹살을 함께 먹을 애들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기대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