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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Oct 17. 2024

어느 특별한 사진전

before 30 after  사진전을 보고

최근 나는 한 장의 사진이 가지는 위대함에 대해서 실감하는 중이다.

사람을 찾을 때, 어떤 일을 기억할 때 사진만큼 포괄적이고 다양하면서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은 없었다. 

특히 사진이 주는 사실감은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한다.


오늘은 첫 휴가를 나온 아들이 집에 머무르는 마지막 날인데도 불구하고, 꼭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서 일정에 포함했다. 때마침 오늘이 행사의 시작이라 아들과 같이 방문할 수 있도록 일정이 맞아떨어졌다. 

여러모로 나에게는 의미 있는 행사다. 봄부터 참여한다고 준비한 행사, 한여름에 비를 맞으면서 촬영했던 행사, 무엇보다도 우리 부부의 사진이 외부 전시 공간에 걸리는 날이다.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우선은 어떤 사진이 선택돼서 걸렸는지가 가장 궁금한 대목이다.


제주문예회관에서는 제주사진예술제가 열린다. 제주사진작가협회에서 개최하는 제주 지역 사진의 향연이다. 

제1전시실에서는 ‘반영으로 보는 제주’를 주제로 제주도 사진단체 연합전이 열리고 있다. 도내 23개 사진 단체와 개인이 참여한 가운데 생태, 풍경, 해녀, 전통, 건축, 종교 등 다양한 테마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2전시실에서는 제주문화원과의 협력 전시 특별전인 ‘BEFORE(비포) 30 AFTER(애프터)’가 개최되고 있다.

올해 개원 30주년을 맞는 제주문화원이 30에 의미를 둔 특별전이다. 앨범 속에 갇혀있던 30년 전인 1990년대 사진을 2024년 어느 날 재현했다. 같은 장소, 같은 사람, 같은 분위기를 찾아서 2024년 오늘의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전시에는 30년 전후의 사진을 나란히 걸어놓았다. 30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 사람과 세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비교해 보는 전시 공간이다. 




일단 우리는 제2전시실로 향했다. 우리 사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첫날이라 관람객은 없다. 막 전시 준비를 마친 듯한 문화원 직원들만이 보인다. 입구를 들어서자 낯익은 얼굴들이다. 전시회를 찾았는데 이렇게 아는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는 경우도 흔치 않은 경험이다.

"선생님 사진 어디 있는지 찾아봅써" 

아내와 아들을 직원들에게 인사시키자마자 행사 기획자인 사무국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미션이다. 넓은 공간에 많은 사진이 걸려있기에 차근차근 보다 보면 보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둘러보기 시작했다. 30명의 참가자 사진이 2장씩 걸려있으니 총 60장이다. 대형 액자로 걸려있고, 출품작마다 짧은 설명이 있으니 보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가운데 서서 대충 사진을 스캔했는데도 내 사진이 보이지를 않는다. 몇 번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사무국장이 나를 부른다. 

"선생님 사진 여기 있쑤다. 오늘 우리 행사의 취지하고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서 문화원을 나타내는 공간 입구에 전시했습니다." 사무국장이 별도로 걸려 있는 사진의 의미와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내 사진은 우리 부부가 나란히 걸어가는 사진이다. 결혼 한 이듬해 처형댁에 놀러갔다가 벚꽃이 만발한 전농로를 둘이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둘이 서로 얼굴을 보면서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찍힌 사진이다. 준 사진작가인 동서의 연출 작품이다. 이 사진의 모습이 이번 행사의 컨셉인 "동행" 그 자체여서 별도로 전시하고, 조명들을 단독으로 설치했다고 여기에 전시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 해주었다.

 

아내와 아들을 불렀다. 둘은 한참이나 사진을 보더니 만감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30년 전 모습하고 지금 모습이 너무나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30년 전 65kg으로 다소 여윈 체질이었던 나는 80kg을 넘나드는 묵직한 사람이 되었다. 머리를 반백이 되었고, 얼굴은 동네 아저씨가 되었다.

아내는 당시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해 주는 의상과 머리, 안경알이 큰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이다. 이제는 나잇 살이라 그런지 몸이 너무 많이 불었다고 몇 번이나 의상을 바꾸고, 자세를 고치면서 찍은 사진인데도 맘에 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계속 불만인 아내를 보더니 사무국장이 한마디를 거든다. 

" 30년 전 사진의 모습이 당시 트렌드를 그대로 볼 수 있어서 문화원 입장에서는 너무나 귀중한 자료라고.."

나도 만감이 교차했다.


이젠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이 사진 속 나이를 넘는 자식들이 내 옆에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스스로는 볼 수 없는 모습을 사진 속에서 비교해서 볼 수 있다니 실감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사진을 여유 있게 쳐다볼 수 있다는 것도 세월이 가져다주는 마음의 여유와 경륜의 덕이 아닐지 잠시 생각을 했다.

아들은 신기한 듯, 사진을 한번 봤다가, 엄마 얼굴을 봤다가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리고는 "좋다"라는 외마디를 지르고는 부시시 웃는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늙어 가는 모습은 천만 가지가 넘는다. 사진에 깃든 사연도 가지가지다.

사진에는 주인공과 이들이 사랑하는 자녀, 배우자, 부모들이 30년 이후 성장하기도 하고, 늙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이별을 하기도 했다. 흘러간 시간에 발생했던 많은 일들을 함축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었다. 

30년 전의 우리 생활의 주 무대였던 삶의 현장들이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도내 건축물이나 풍경사진도 있다.


전시장 가운데는 커다란 방명록이 있었다. 

포스트잇을 사용해서 감상평을 남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아들이 의미 있는 사진을 본 듯 몇 자 적고는 방명록 가운데 떡 붙였다. 

우리 부부에게도, 아들에게도 오늘 사진전은 잠시나마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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