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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마음속에 있었다.

막걸리 한잔에도 행복은 있다

by 노고록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힘든 밭일을 하고 나면 진한 막걸리 한잔이 생각난다.


많이도 필요 없고, 핑크빛 제주막걸리 한 병이면 충분하다. 잘 섞은 막걸리 한잔을 양은 잔에 따르고 막걸리를 들이키면 몸줄기를 따라 내려간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하루의 피곤과 긴장이 풀리면서 "아 좋다.."라는 탄성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가끔 느껴보는 나만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다.

이쯤 되면 행복은 찾는 게 아니고 그냥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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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고전적으로 해석하면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하거나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한다.


돈이 있어서 마음대로 먹고, 사고, 쓸 수 있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행복이다.

명예가 있어서 온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존경해 주는 것도 행복이다.

권력이 있어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주는 것도 행복이다.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이 있어서 항상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행복은 굳이 어떤 문자나 표현으로 표현한다기보다는

그저 본인이 만족하고, 기쁨을 느끼면 되는 그런 감정의 상태다.


그럼 돈. 명예. 권력 등,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수단들이 어느 정도 있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건가?

돈은 반드시 재벌급이 되어야 하고, 권력은 국회의원이나 장관급이 되어야 하는 건가?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건 우리가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척도이고, 잣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가를 할 때 무의식 중이나마 가상의 집단이나 대상을 선정하여 그를 기준으로 평가를 하게 된다. 우리 가치판단의 중요한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이를 미국의 사회학자 머튼은 "준거집단"이라고 했다. 즉 준거집단은 "개인이 자신의 신념, 태도, 가치들을 규정하고 행동의 기준으로 삼는 집단"이다.

자신의 현재나 입장을 어떤 집단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자신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준거집단은 우리들의 행복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한벌에 몇백만 원을 상회하는 명품을 구입하고도 항상 부족하다고 불만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그는 한벌에 몇천만 원 이상을 주고 구입하는 사람을 기준으로는 판단했을 것이다. 그 차이만큼 불행하다고 느낄 것이다. 만약 그가 몇십만 원의 옷을 구입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삼았다면 어떨까? 행복하고도 남을 뿐만 아니라 아마도 그런 소비의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일장에서 몇만 원짜리 하는 옷을 구입하고도 기뻐하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이 못나서가 아니고 자기 사고의 기준을 그렇게 잡아서이다.


이젠 다 커버린 자녀들에게서 가끔 듣는 질책성 말이 있다.

"우리 집은 100점이 아니면 점수도 아니었어.."

초,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가져온 시험지가 100점이 아니면 집에서는 인정도 해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마 어려웠던 시험이라, 1~2개가 틀리면 아주 잘 치른 시험으로 최고점인데, 그렇게 해서 자랑스럽게 가져온 시험지를 보고는 우리가 반기지 않았던 모양이다. "왜 100점을 못 받았냐"라는 무언의 질책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렇게 느껴졌다면 어쩔 수 없다.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아마도 그때 우리의 판단 기준은 100점이었던 모양이다.


최근에는 SNS가 활성화되면서 우리의 모든 생활기준이 SNS에 올라오는 게시물이 되는 듯하다.

SNS를 보면서 먹고, 입고, 즐기는 것을 따라 한다. 그게 지금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는 평균 생활의 모습으로 생각한다. 당연히 그것을 따라가야 이 시대를 평균적으로 사는 것이고, 제대로 사는 것인 양 생각하는 것 같다.

SNS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대중에게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을 우리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라고 한다.

인플루언서를 판단하는 기준은 제1기준이 팔로워수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구독자나 팔로워를 끌어모으기 위한 기상천외의 콘텐츠들이 SNS에서는 가득하다. 예전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팔로워를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먹고, 입고, 즐기는 방법, 그들이 일상 일 듯한(?) 방법들이 평범인의 수준을 넘어갈 때 호응을 얻고 구독자가 된다. 그렇게 그들은 우리 사회의 스타(?)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준거집단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따라 한다. 우리 사회도 인플루언서를 하나의 인기 직업으로 인정을 해주고, 방송에서도 앞 다투어 출연을 시키고 있다.

그들이 먹는 음식을 먹어야 하고, 그들이 소개하는 곳을 가야 하고, 그들이 입는 옷을 입어야 한다. 마치 그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상이고, 그것을 따라 해야만 이 시대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SNS시대 행복의 기준은 남을 따라 하는 것이 되고 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불교의 핵심사상을 이루는 말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뜻이다.

우리는 행복과 불행이 상황에 따라 또는 환경에 따라온다고 생각하는데 매우 큰 착각이다.

행복과 불행은 마음에서 지어내는 것.

그 누구도, 어떠한 상황도 날 행복하게 할 수 없고 불행하게도 할 수 없다.

행복은 오직 마음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오늘 나의 행복은 막걸리 한잔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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