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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r 19. 2023

동그라미 가족의 해외여행기(1)

" 빠삐! 우리 가족여행으로 이제는 외국여행을 가보는 게 어때요? 우리가 일 때문에 바빠지고, 혹시나 결혼까지 하면 더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 것 같은데.. 시간 만들면서라도 가야지"

언제부터인가 딸들이 재촉하는 말이다.


작년 추석이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자녀 3명이 모두 다 제주에 내려왔다. 우리 동그라미 가족이 몇 개월 만에 비로소 완전체가 된 것이다.

애들이 집으로 올 때면 나는 항상 공항 픽업을 나간다. 3명이 각자 일정을 달리해서 오면 3번 픽업을 해야 한다. 그래도 좋다. 공항까지는 집에서 15분 내외길이라 그리 멀지는 않다. 요새는 비행기들의 연착이 너무 많은 편이라, 본인들이 공항에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마중을 안 와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인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객지생활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부모가 있는 집이라고 찾아오는 고향 길, 아빠인 내가 제일 먼저 반겨주고 싶어서다.


" 아빠, 엄마.. 11월 일정이 어떻게 돼요? " 첫째가 저녁 식탁에서 불쑥 던지는 말이다. 

사실 우리 부부는 돈 버는 일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식탁옆 월간 일정표가 빼곡하다.   

" 무사, 뭐 할 일이 있어? "

" 내가 예전에도 몇 번 얘기했었는데, 이제 코로나도 풀려가고 있는 듯해서.. 우리 가족 해외여행 계획 잡아 볼까 해서요"

" 해외여행?.. 가면 좋기는 한데, 지금 갈 수 있나? 코로나도 완전 풀리지 않았는데?"

내심 반기면서도, 비용도 걱정되고,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돼서 아내가 던지는 말이다.

" 그래도 일본은 여행이 풀려서 개별적으로는 11월이면 가능할 것 같아, 길게는 말고 주말 붙여서 2박 3일 정도 자유여행으로 갔으면 해서요"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온 가족이 국내여행은 여러 번 다녔다. 애들은 그때 경험과 추억이 본인이 자라는데 큰 자산이 됐다고 매번 얘기를 했다. 이젠 각자 삶이 있는 이산가족이 되었다. 가족이 모였을 때마다 여행을 가보자고 얘기하는데 이젠 커서 각자의 생활이 다르다 보니 일정 맞추기가 어렵다. 몇 번을 맞추다 지난 5월에는 벼락치기로 2박 3일 전주 한옥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대학 신입생인 막내가 동참을 못해서 누나들이 서운한 게다.


" 이젠 글로벌시대 우리도 이젠 해외여행을 가야죠.."

좀 더 넓은 세상, 다양한 것을 보기 위해서 해외 가족여행을 가보자고, 이젠 돈을 버는 자신들이 챙기겠노라고 딸들은 여러 번 얘기를 하곤 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 동그라미 가족의 해외여행은 서막을 열었다.


모든 여정을 잡고, 예약을 하는 것은 이젠 본인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엄빠는 따라오기만 하면 됨", 그리고 "건강하기만 하면 됨" 요구사항은 간단명료하다.

이젠 자신들이 자라서 엄빠를 챙길 거니까, 이젠 가족행사의 주도권을 이양하라는 요구였다.

세월이 흐름을 어찌하겠는가? 우리 부부는 기쁜 마음으로 승낙을 했다.  


이번은 연말이고 아직은 코로나의 위험성도 있으니 짧게 가보자고 했다. 본인들이 회사에는 며칠씩 휴가를 내는 것도 어려운 모양이다. 딸들은 같이 살면서 이미 " 다 계획이 있었던 모양이다". 금세 여행 계획은 나왔다. 주말을 낀 2박 3일 일본 자유여행이었다. 둘째는 대학생 때 친구들과 일본 여행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종종 일본은 한번 가볼 만하다고,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고 얘기를 하곤 했다. 다른 가족들은 일본여행이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됐다. 더욱이 온 가족이 처음 가보는 해외여행이다.   



11월 첫째 주말인  5일~7일로 2박 3일 일정을 잡았다. 에어부산으로 인천 ~ 간사이 공항으로 입국을 해서 나라-오사카-교토-오사카의 몇 개 관광지를 둘러보고 자유여행을 하는 여행사의 패키지 일정이었다. 나는 2004년 지중해와 태국여행 이후 처음 나가는 해외여행이다. 아내와 아들은 2015년 홍콩여행 이후 처음이다.


먼저 입국 시 코로나 검역을 통과하기 위한 일본의 요구사항에 맞추는 일이 중요했다. 서류나 절차는 꽤나 많았고 낯설었다. 일단 가족 각자가 코로나 접종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각개전투로 요구사항을 맞추기로 했다. 다행히 나와 아내는 코로나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상태라 준비하는 작업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1. 여권을 체크했다. 아내와 둘째를 제외한 3명이 여권 만료기간 경과로 다시 발급받아야 했다.
2. 코로나 접종확인을 위해서 정부 24시 사이트에서 접종증명서를 발급받았다.      
3. 일본의 요구사항 : 입국 시 별도의 코로나 검사절차 없이 패스트트랙 통과를 하기 위한 준비       
- visit japan Web에 접속해서 여권과 여행정보를 사전등록하고 심사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11월 1일 일본의 코로나 입국절차가 급하게 변경 되버렸다. 여행사에서 보내준 자료를 가지고 접속을 했는데 많이 이상했다. 보내준 자료하고 달랐다. 나중에 확인을 한 사항이지만 정책은 변경을 한다고 발표를 했는데, 사이트는 준비가 안 돼있었던 모양이다. 결국은 다음 날 가이드의 안내를 받고 무사히 QR 코드를 받을 수 있었다. 이상으로 서류상의 준비는 완료다.



각자가 나누어서 역할과 준비를.. 그래도 카톡이 있기에


가족이 세 곳에 나누어져 생활하고 있는 터라 뭐 하나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같이 의논할 수도 없고, 서로의 서류를 챙겨줄 수도 없었다. 그래도 의사소통이나 정보교환과 진행상황 체크는 단체 카톡에서 할 수가 있어서 효율적이었다. 여행사와의 계약이나 행정상의 여러 가지 일들도 앱을 통해서 원격처리했다. 이번 여행의 대장인 첫째의 지시사항을 칼같이 수행을 했다. 참 좋은 세상인 것 같다.


여행하는데 필요한 준비물이며, 서로가 챙겨야 할 것들, 여행사와의 여러 가지 일들은 단톡을 통해서 서로가 체크하고 분담해서 신속하게 처리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제주공항에서도 하루에도 여러 차례 국제선이 있었고, 특히 일본행 비행기는 제일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국제선 운행을 중지해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일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인천을 가야 한다. 코로나전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제주에서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게 제주직항이냐, 아니냐다. 보통 해외여행객이 많은 태국이나, 베트남, 중국은 제주에서 전세기를 운항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주에서 해외여행의 대부분은 직항편으로  진행 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인천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 시간이다. 아침 9시 30분 출발이라 8시까지는 인천공항에 도착을 해야 한다. 제주공항에서 첫 비행기를 타더라도 이 시간을 맞추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예전에는 제주에서 인천공항을 가는 노선도 있었던 것 같은데 검색해 보니 없다. 하는 수 없이 전날 서울로 가야 할 수밖에 없다.


" 인천공항에 아침 8시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어쩌지?"

" 우리도 서울 집에서 인천까지 콜을 예약했다가 갈 거니까.. 우리 집에서 만나서 가면 될 것 같은데.. 서울로 오세요.." 대장의 지시다.

" 우리 가족이 5명 이 자나?" 택시 정원을 넘어서는 인원이다.

" 그럼, 콜을 봉고나 9인승 부르면 되지 뭐.. 그냥 서울로 오면됩니다. 전야제도 해야 되구요.."


딸들은 송파구 삼전동에 살고 있다. 대학교 다니는 아들도 전날 누나네 집에 왔다가 같이 출발할 모양이다. 어차피 방법이 없으니 서울집에서 전부 모여서 전야제를 하고 다음날 인천공항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가족여행 일정표

 


드디어 일본 출발 하루 전인 D-1, 11월 4일..

나와 아내는 캐리어를 꾸렸다. 여행가방은 항상 의문과 설레임으로 구성된다. 혹시나 하는 가정을 하면서 하나 둘 짐은 추가되고 결국은 수용불가 상태가 된다. 몇 번을 담고, 싸고, 풀었다.


"일본은 우리나라 하고 기후가 비슷하니까.. 여기서 입는 패턴대로 가져가면 될 것 같은데"

"아니야, 몰라 추울지도.. 그리고 여행이니까 매일 다른 거 입고 돌아다녀야지.." 다소 들뜬 아내의 주장이다.


캐리어의 반은 설레임이다.

우리는 제주공항에서 오후 1시 50분 김포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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