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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r 28. 2023

제주는 지금 벚꽃과 열애 중입니다

제주는 지금 섬 전체가 왕벚꽃으로 덮여있다.

그저 길을 걷고 있을 뿐인데 그 길엔 벚꽃이 있다.

마을 어귀, 동네 어귀에만 나가도 벚꽃이다.


발코니 넘어 놀이터와 길가에도 벚꽃이 가득하다. 

바람에 몸을 맡긴 꽃잎은 내 휴심정인 아파트 7층까지 하늘하늘 거침없이 올라온다.

봄꽃 향기는 사방팔방 어디에서든지 나의 후각을 자극한다.


3월 28일 현재, 아직 벚꽃이 완전히 만개는 되지 않은 듯 본래의 화려함을 맘껏 자랑하지 못하고 있다.

꽃샘추위 때문인가, 예상보다는 개화 시기가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는 상황이라고 한다.

벚꽃은 시내 중심지부터 한라산 중턱까지 고도상으로 다양하게 흩어져 산다.  

장소에 따라서는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는 곳도 더러 있다.

고도가 높은 곳의 꽃들은 늦게 꽃망울을 떠 트리는 덕에 조금 늦은 꽃구경도 가능하다.


벚꽃명소는 대부분이 벚꽃이 가로수로 있는 도로변이다.

벚꽃 터널이다. 하늘이 온통 희고 고운 분홍빛이다.

벚꽃이 만개한 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차 안에서 벚꽃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벚꽃이 떨어지는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겨울 펑펑 내리는 눈꽃을 맞으면서 달리는 기분이다.


벚꽃이 있는 밤 풍경 또한 일품이다.

도로변에 있는 벚꽃은 가로수 불빛을 받으면 더욱 화혀하게 변한다.

축제장에는 조명시설을 하고 야간축제도 한다.

조명 빛을 담은 벚나무는 내가 어릴 적 잠시 꿈속에서 보았던 은하수를 닮았다.

  


왕벚꽃 잔치가 시작되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제주에서 벚꽃을 보는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전농로 정도가 벚꽃을 소재로 축제할 정도였다.

그 후 제주에는 너도나도, 이 마을 저 마을 온 동네 가로수로 가장 많이 심었다고 한다. 원산지 논쟁이 있고 난 후부터는 행정에서도 보급을 많이 했다. 지금도 들불 축제나 식목일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벚나무를 나누어준다. 그래서 지금은 도내 어디를 가든지 봄날 벚꽃을 볼 수 있다. 제주에서는 벚꽃을 보기 위해서 특별한 외출이 필요 없을 정도다. 축제날 먹거리와 왁자지껄하는 사람 냄새가 좋다면야 축제장을 찾아야 한다.

지금 공식적인 행사로서의 벚꽃 잔치는 모두 다 종료한 상태다.


봄날 제주의 벚꽃축제


제16회 전농로 왕벚꽃축제 : 제주시 전농로 일월 - 2023.03.24~ 03. 26

제5회 애월읍 황벚꽃 축제 : 애월 장전리 일원 - 2023. 3. 25 ~ 3.26

제1회 서홍동 웃물교 벚꽃축제 : 서귀포시 서홍동 웃물교 일원 - 2023. 02. 25~ 03.26

제1회 신제주성당 벚꽃축제 : 신제주 연동성당 - 2023. 03. 26~ 03.28


 



제주에서 벚꽃은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어디에서든지 보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벚꽃 축제 현장이었던 제주시 전농로 일대, 애월읍 장전리 일대, 제주대학교 입구, 제주시 종합경기장 일원이다.

3월 31일부터 열리는 표선면 가시리 녹산로 유채꽃 잔치를 가면 벚꽃도 같이 볼 수 있다.  



제주에는 숨은 벚꽃명소들이 수두룩 하다.


제주시지역의 벚꽃명소
서귀포시 지역의 벚꽃 명소
한라산(5.16 도로변) 도로변 벚꽃명소

                      집 앞 놀이터의 벚꽃.. 아직도 터트릴 준비를 하는 꽃봉오리들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제주에서 벚꽃축제는 매년 3월 말 ~ 4월 초에 열린다.

이때쯤이면 벚꽃의 아름다움을 시샘하는지 평소 안 오던 비도 꼭 한차례 내린다.

제주 특유의 바람을 타고 내리는 비는 벚꽃의 수고를 덜어준다. 

한바탕 비가 온 후 벚꽃은 나무가 아닌 길거리에 붙어있는 거대한 동양화가 된다.   

이때쯤 벚꽃은 나뭇잎으로 파란 옷을 입는다.

청소부 아저씨의 싸리 빗자루의 손길을 부른다.


이렇게 봄날 화려하게 찾아왔던 왕벚꽃의 시대는 싸리 빗자루 소리와 함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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