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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Apr 15. 2023

용연, 제주 풍류의 원류를 찾아서


용담동 한천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용연 구름다리 못 가서 우측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유채꽃밭을 만나게 된다. 노란 유채꽃이 파란 도화지에 뿌려진 듯하다.   

자세히 보니 조금은 이색적인 공원이었다.

"용연 마애명 공원", 군데군데 뭔가가 새겨진 현무암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 자그마한 설명문이 있다.

제일 안쪽에는  "비취빛 벼랑에 새겨진 옛 시"라는 안내판이 있다.


이곳 용연은 제주성에서 제일가는 명승지로 조선시대 제주목사와 문인, 묵객들이 자주 찾아와 노닐던 장소다. 그들의 자취는 용연계곡 암벽 곳곳에 마애석각으로 남아있는데, 세월이 흘러 판독이 어렵고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음에 그 마애석각을 판형작업으로 이곳 공원에 재현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선유담, 신선이 노닐다 간 곳, 용연의 옛 이름 중 하나다.

영주 12경의 하나인 용연야범(龍淵夜泛)의 계곡 용연(龍淵)은 제주풍류의 역사다. 한천 하구에 형성된 크고 깊은 물웅덩이인 소(沼)인 용연은 말 그대로 용이 놀던 연못이라는 뜻이다. 제주시 용두암에서 동쪽으로 약 200m 지점 한천 하류지역에 위치해 있다. 용연다리부터 남쪽 한라산 방향으로는 높이 7∼8m의 주상절리들이 절벽으로 이루어진 곳을 용연이라 부른다.  


조선시대 제주도에 부임한 제주목사들은 방선문에서의 봄꽃놀이와 용연의 밤뱃놀이를 최고의 풍류로 쳤는데, 바로 그 용연에서의 밤뱃놀이를 용연야범(龍淵夜泛)이라 부른다. 용연 깊은 계곡 암벽에는 지금도 그 당시의 분위기와 감정, 뛰어난 경치를 표현한 마애석각(마애명)이 남아있다.


마애석각에는 행차(야유회)를 주관한 인물인 제주목사와 그 수행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장소에 따라서는 시를 새겨 넣은 경우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방문한 장소나 그곳에 있는 암석 등에 대해 새로운 이름을 지어서 새겨 넣은 곳도 있다. 따라서 마애석각을 해석하면 언제, 누가 누구하고 같이 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암석에 새겨진 시구와 이름에는 당시의 주변 모습과 사람들의 느낌과 풍습등을 알 수 있게 된다. 옛 관리나 유배인들이 풍류를 즐기던 이곳의 마애석각은 제주를 찾았던 이들이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좋은 현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근대 들어서 마애석각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해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암벽에 새겨진 마애석각에 따르면 이곳 용연은 선유담(潭), 취병담(潭), 벽홍(碧泓)등으로 때와 분위기에 따라서 다양하게 기록되고 있다.


신선이 놀던 자리 선유담(潭)

푸른 절벽이 병품처럼 둘러싸인 못 취병담(翠屛潭)


                [ 암벽에 새겨진 석각들의 모습.. 세월의 흔적으로 많이 퇴색했다 ]


용연계곡 암벽에는 총 19건의 마애석각들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마애석각이 지금 정자가 있는 앞 계곡 좌우편 벽에 남아있다. 이 근처가 물이 깊고 가지런한 주상절리 절벽이 병풍처럼 휘감고 있어서 배를 타고 유흥을 즐기면서 석각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던 장소가 아닌가 한다.


[ 유배인, 임관주(任觀周) 作 ] 


白鹿潭流水

爲淵大海鞅

兩崖皆翠壁

歸客片舟尋


백록담 물이 흘러

넓은 바닷가 연못이 되었고

두 계곡 모두 푸른 벽 사이로

돌아갈 나그네는 조각배를 찾네.  


용연 마애명 공원


2010년 용담1동에서 마애명 재현사업으로 탄생한 공원이다.

과거 용이 놀던 연못이라는 전설이 내려오는 용연., '바위에 새겨진 옛 선인의 시가 되살아난다' 라는 슬로건으로 7점을 복원해서 전시를 하고 있다.  

현무암에 새겨진 마애명은 비취색 암벽에 새겨진 옛 선인의 시 구절들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그러나 암벽에 새겨진 석각 자체가 세월의 흔적으로 흐려지고 퇴색된 탓에 그 모습 그대로 판형을 떠서 옮겼다고 하지만 글자가 흐릿해서 판독이 어렵다. 석각 옆 안내판에는 한자 원문을 쓰고, 한글로 해설을 하는 세심한 배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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