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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y 04. 2023

제주를 벗어나서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못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 "


제주에서 자녀를 키우면서 최대의 고민거리는 교육이다. 

그중에서도 "대학진학을 어떻게 하느냐? 어디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느냐?"는 선택은 졸업 후의 진로와 연계되면서 가정과 제주사회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예전에 집안에 자녀들이 많을 때는 크게 이슈화되지가 않았다. 4~5명 있는 집에 반은 육지에, 반은 제주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일자리도 없는 제주를 벗어나 주었기에, 물려받을 것도 없는 제주를 벗어나 주었기에 다행이고, 서로 윈윈이었기에 고마웠다. 가끔씩은 고향이라 제주를 찾는 형제들이 반가웠고, 내가 육지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갔을 때 의지할 곳이 있어서 좋았다. 


서울로의 대학진학은 부모님의 자랑거리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집안에 형제자매들이 기껏해야 1~2명이다. 가끔씩은 3명인 경우도 있다. 본인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부모님들이 뒷바라지를 잘해서 서울로 육지로 대학 진학을 한다. 부모님들의 자랑거리가 된다.       


" 아이들 대학교 어디 간?" 시골에 가면 동네 어르신들이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다. 

" 예,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갔쑤다.."

" 소망이여, 공부 잘 해났구나이.. 서울대학교 갈 정도로.."

서울에 있는 대학교는 모두 서울대학교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온갖 정성을 다하면서 서울로, 육지로 대학을 보낸 자녀들은 대부분 제주로 돌아오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현지에서 결혼을 하면 서울에 정착을 하게 된다. 

그 이후로는 제주에서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로 "육지사람, 남(놈)의 것"이 돼버린다.


제주를 벗어나서는 제주문화를 배울 수가 없다.


제주의 문화는 육지와 사뭇 다르다.  제주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배우고 익힐 수가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뭔가는 조금 알아갈 나이, 가정과 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이라는 것을 담당해야 할 나이가 되면 제주를 벗어나서 생활하게 된다.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과 가정, 문중, 제주사회에 대한 문화와 풍습을 배우고 익힐 기회가 없어지게 된다. 이제 육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곳의 문화와 풍습을 배운다. 그곳에서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면 이젠 완전히 육지 사람이 돼버린다. 제주는 본적, 원적지일 뿐이다.


제주에 남은 부모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집안일을 매년 해야 한다. 조상산소의 벌초, 제사, 문중의 대소사 챙기기 등 연중행사가 꽤나 된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본인이 움직일 수 있고, 인근에 사는 친척들이 있어서 일을 치르는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향후가 문제다. 지금도 제주의 풍습과 문화를 모르는 육지 사는 자녀들이 제주를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하다. 향후는 더욱 많을 것이다.


요즘 제주에서는 조상 산소를 이장하는 경우가 많다. 향후 벌초할 사람이 없을 것을 대비해서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모시고 있는 것이다. 제사도 지제하고, 합제하고 심지어는 제사를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모두 고향을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제주사회도
제주에서 배출한 인재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매 한 가지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그래도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던 우수한 학생일 것이다. 매년 제주의 우수한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을 한다. 그리고 그 학생들의 대부분은 제주로 돌아오지 않는다. 제주는 제주 출신 우수한 인재들이 좋은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제주로 돌아와서 고향발전을 위해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기에 각종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지방인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별자치도가 된 후 제주에서는 각종 용역과 개발사업, 전략사업 추진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개척분야 및 전문분야에서는 이 분야를 리딩할 인재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없다고 한다. 대부분 육지에서 초빙을 한다. 초빙인재가 제주를 알고, 제주에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제주출신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지난 3월 제주의 소리에 게재된 어느 아빠의 이야기다.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12647


나는 신문 기사 내용에 일견 공감은 하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 한 번쯤은 읽어 봄직해서 소개한다.

 

내 주위에서도 진학을 앞둔 자녀들과 대학선택을 두고 타협을 한 얘기를 종종 들었다. 자녀들이 제주에 있는 대신에 자녀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주는 형식이다. 자녀들이 원하는 자동차를 사 준단 든 지,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원룸을 구해주는 방식 들이다. 어떤 방식이든 부모와 자녀가 서로 윈윈이면 나쁠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들, 딸 3명 모두 서울로 보냈다. 주위에서는 대단하다고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다.


난, 본인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제주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서 해보고 싶다는 뜻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저들의 인생을 스스로 살아야 할 인격체 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가 언제까지나 살아서 돌봐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녀들이 제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돌아온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단, 너희들을 낳고 길러준 제주를 잊지 말라는 부탁, 

또, 너희들을 항상 최고로 여기며,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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