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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y 06. 2023

폭우가 내리는 날만 보이는 마른 폭포와 하천

제주의 하천은 대부분 건천이다. 평소에는 물이 없다. 비가 오는 날만 하천의 역할을 한다. 이렇게 임시 물이 흐르는 곳을 마른 하천이라고도 한다.

평소에는 길이었다가 비가 오는날만 하천과 폭포가 되는 또 다른 마른 하천과 폭포도 있다.



폭우가 내리는 날,
우리 집 발코니에서는 밭사이를 흐르는 폭포와 하천을 볼 수 있다.


폭포는 멀리 과수원과 숲사이를 뚫고 거센 물길을 뿜으며 떨어진다.

폭포는 하얀 물살이 멀리서도 보일 정도다.

폭포가 지금은 잘 정비된 농로와 밭으로 보이지만, 원래는 사메기천이라는 소하천이다.

하천 정비작업으로 주변 농지로의 접근을 위한 농로를 만들었다.  

석축을 높이 쌓고 가운데로 물이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하천바닥은 자갈과 바위를 제거하고 시멘트로 평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하천변 주위는 정리를 해서 농사하기 좋은 밭으로 만들었다.


정비된 하천은 인근 밭을 드나드는 농로로 사용한다. 차나 경운기도 족히 다닐 수 있다.  

그래도 하천이라, 하천이었던 길을 따라 항상 물이 흐른다.

원래 하천이었기에 위로부터 내려오는 물길이 있는데 잠깐 중간을 막았다고 흐르는 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하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물들을 여기서는 폭포수처럼 떨어 뜨린다.

  


"아, 오늘도 비가 많이 내렸구나.." 발코니에서 폭포를 보면 강수량을 대강 짐작한다.


사메기천은 활쏜동산이라고 하는 지대가 높은 곳에서 내러온다.  

예전에는 지대가 높아서 이곳에서 활을 쏟기도 하고, 마을을 조망하기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이 동산의 동쪽에는 사메기천에 이르는 사메기 길이 있다. 급경사 길이다.

지금은 잘 포장된 농로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급경사인 사메기길은 비의 양에 따라 마르고 흐르는 하천이 된다.

워낙 급경사이기에 유속이 매우 빠르다.


내려오는 물길은 중간정도 지점에 다다르면, 사 메기천에서 내려오는 폭포수와 합류를 한다.

두 물길이 만나는 지점부터는 거대한 물길이 되어 월대천을 향해서 흐른다.



인간과 자연의 게임, 섣부른 생각들이 서로를 파괴하고 있다.


자연은 나름대로의 흐름이 있고 길이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고, 어떤 경로를 타서 흐르는지 사람들은 연구를 한다.

그리고 인간들의 편의를 위해서 자연을 바꾸려고 노력을 한다.  

근본을 알 수 없는 자연의 물길을 잠깐 밖으로 보이는 부분을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연이 성을 내면 원래 자신이 가던 길을 그대로 간다.

인간이 편리를 위해서 막아놓은 것들은 자연의 힘 앞에서는 하나의 종이장에 불과하다.

거침없이 무너진다.

 


인간들은 또 그럴걸 알면서도,

오늘도 자연을 이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qUsZcVOVX0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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