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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Apr 18. 2023

강풍이 부는 날 제주는..섬이다.

유심재(*주: 나의 글방인 농가 주택)가 바람에 흔들린다. 

유심재는 대로변에서 올레길로 깊숙이 들어가야 나온다. 집의 정면과 좌우측은 울창한 대나무숲으로 둘러 쌓여있다. 3m 이상 자란 대나무는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거리면서 웨이브 춤을 춘다. 대나무와 대나무가 부딪치는 마찰소리는 바람소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준다.


유심재에 들어온 바람은 돌담과 대나무에 갇혀서 외부로 나가지를 못하기 때문에 제줏말로 텃밭에서 "감장을 돈다". 동서남북 어디서 어디로 부는 바람인지 감이 안 잡힌다. 그러다 대나무가 휘청거리면서 고개를 숙여주는 순간 바람은 고개를 쳐들고 저 멀리로 도망간다. 잠시 조용한 순간이 찾아든다.

      

봄날 한껏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내민 텃밭의 작물들도 바람에 웨이브 춤을 춘다. 

잡초를 잡기 위해서 텃밭 바닥을 덮어 놓은 멀칭비닐이 난리다.      

겨울 동면의 밤을 새우고 새로운 자태를 보이기 시작한 나무들도 바람이 가는 대로 휘청거리면서 몸을 지탱해 보려고 버티고 있다. 


어제 오일장에서 구입한 봄 작물들을 심어야 하는데, 너무 강한 바람에 잠시 주춤하고 있다.  

지금 작물을 텃밭에 정식을 하면 바람에 잎이 모두 털려서 고사할 것만 같다.      




오늘은 아침부터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난리다. 행안부와 제주도의 재난안내문자다. 

할 수 없이 제주공항은 오늘도 잠시 쉬어가는 모양이다. 오전 내내 거의 전편이 결항이다. 제주공항의 상공에서 급변풍(대기 중에 비교적 짧은 거리에서 풍속과 풍향이 심하게 발생하는 경우, 윈드시어) 이 심한 모양이다. 하긴 지상이 이 정도면 공항 상공에서의 바람은 더욱 요란을 피울 것이다. 아침부터 비행기가 결항이다. 비행기는 가고 오고 연결 편이 있어야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편이 결항이면 반대로 오는 편이 자연결항이다. 당일 몇 편이 결항되면 정상 운행되는 편에 빈자리를 찾아서 탑승할 수 있지만 오전 내내 결항 후유증은 1~2일 정도 걸릴 수도 있다. 제주공항은 1분 30초마다 한편, 하루에 거의 500여 편의 항공기가 이착륙을 한다. 

     

오늘 제주의 언론은 온통 강풍을 쫓고 있다.     

 

“제주에 초속 28m 태풍급 강풍.. 항공기 무더기 결항”

“강풍에 제주공항 대기표로 휘청 예약시스템 무력화 대혼잡”

“제주전역 태풍급 강풍 항공기 무더기 결항”

“제주공항 145편 결항.. 대체 항공편 구하기 전쟁”      



제주는 섬이다. 여름철 태풍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제주를 지나쳐간다. 태풍의 길목이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겨울철 폭설이 제주를 괴롭히더니만, 최근에는 여름이 아닌 계절의 태풍과 가끔씩 불어오는 강풍이 제주생활을 괴롭히고 있다. 

      


제주는 관광과 농사로 먹고산다. 관광은 관광객이 있어야 돈이 되는 사업이다. 제주의 관광객은 외부인들이다. 배와 항공편으로 계속적으로 유입이 돼야만 관광산업이 활성화된다. 

자연이 몽리를 부리는 날, 제주의 관문인 제주공항과 여객선 터미널은 잠시 쉬어가야 한다. 제주의 관광산업을 돌리기 위한 새로운 피가 수혈이 되지를 않는다. 활력이 없어서 동맥경화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농사는 자연과 동업하는 일이다. 오늘 같이 바람이 부는 날, 농부는 잠시도 자리에 앉지 못한다. 하우스가 불리지나 않을까? 작물들이 바람에 불려서 쓰러지거나 꺾어지지 않을까? 어제 심은 작물들이 바람에 고사되지나 않았을까? 비가 오는 날은 파전에 막걸리 한잔을 할 수 있지만 강풍이 부는 날은 노심초사 마음이 밭에 가 있다.  


강풍이 부는 날, 제주는 말 그대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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