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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y 14. 2023

비 온 뒤 자연을 보는 것은 행복이다

비를 맞은 자연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주 엄청난 폭우를 내렸다. 주말에 잠시 멈추더니 어젯밤 다시 비를 뿌렸다. 

주말에는 유심정 우영팟과 농장 일을 할 계획이었기에  비소식이 반갑지만은 않은지라..


"비가 그치면 유심재에 가서 잡초도 제거하고 해야 하는데.."

밖을 수시로 살펴보던 아내가 중얼거린다.

"그래 일단 비가 그치면 가봅시다. 일을 못하더라도 가서 살펴봐야 하니까.."

점심시간이 넘자.. 비가 그쳤다.



주는 넓다. 집에서 1km 정도 한 블록을 벗어나자  아스팔트가 말라있다. 비가 안 왔다는 증거다.

"여긴 비가 안 왔나 봐"

"그러게, 유심재하고 밭에도 비가 안 온 거 아닌가?" 얼마 전에 밭에 심어놓은 고추 걱정에 한마디를 거들었다.  사실 고추를 심고 당일날 물을 주고는 다시 주지 못했기에 걱정을 하고 있던 터다.


우려였다. 먼저 들른 밭에는 며칠 전 식재한 고추가 모두 잘 자라고 있었다. 

옆에 삼어놓은 봄감자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흙을 보니 제법 젓어 있었다. 밤새 비가 어느 정도 내린 모양이다.


"와 고추가 모두 잘 자랐네"  

모종을 심고 나면 꼭 몇 개씩은 꼭 사경을 헤매게 하는 전력 때문에 아내는 일종의 정식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그러니 모종들이 제대로 우뚝 우뚝 서있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긴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게다.


비 온 뒤 유심재 우영팟은 풍성해진다.


유심재 들어가는 올레길에는 비를 머금은 사랑초가 반긴다. 

옆집 울타리 너머에는 봄비를 맞아 활짝 핀 붉은 장미꽃이 곁눈질을 하고 있다. 

아내 뒤를 따라가면서 부지런히 휴대폰의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유심재를 돌아서는 모퉁이에는 하얀 칸나와 영산홍도 비를 머금고 활짝 피었다. 

자연은 비를 만나야 제 색깔을 보여주는 모양이다. 한층 빛이 난다. 

집울타리 장미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피었다.

빨강, 분홍, 하양, 초록 초록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원색이다. 

집 모퉁이 화단이 한 껏 화려하게 제멋을 내고 있다. 

정원의 잔디는 이제 예초기를 한번 돌려야 할 정도로 풍성하게 자랐다. 

작년 정원을 새로 구획하면서 기존에 밭이었던 일부를 정원으로 만들고 잔디를 심었다. 

한 1-2년 걸려야 잔디가 자리를 잡을 거라 했는데 1년도 안 돼서 풍성하다. 

이제는 밑에 칸에 있는 야외 테이블을 이곳으로 올려도 될듯하다. 

그러려면 힘을 쓸 사람이 필요한데 아들이 오는 여름방학 때쯤 해봐야 할 듯하다.


우영팟의 터널 속 고추. 가지. 토마토.. 애호박. 가지오이도 별 탈없이 잘 자라고 있었다. 

풍성하게 자란 애호박은 벌써 호박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는 성질 급한 놈도 있다.

가차 없이 솎기를 해주었다.

터널 속 방울토마토는 세상밖으로 가는 구멍을 주인장이 안 내줘서 불만인 듯 아예 낮은 포복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열매까지 한 가지 풍성하게 달려있다. 

아내가 잡초제거를 하는 사이 얼른 터널에 구멍을 뚫었다. 

구멍사이로 지주대를 세우고 낮은 포복 중인 토마토를 일으켜 세워서 지주대에 기대게 했다.

그리고 열매를 따 버렸다. 성질 급한 작물에게는 세상에 다 때가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작물들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라고 하는데 게으른 농부네 작물들은 이리저리 고생이다


부추는 시도 때도 없이 자란다. 

부지런히 베어내면서 식탁에 올렸건만 비가 왔다간 날이면 부추밭은 다시 풍성해지는 걸 어찌할 수가 없다.


" 여보, 부추는 싹 전부 베어야겠는데.." 아내의 작업 지시다.

" 응!! 저걸 전부 베어낸다고, 양이 얼마나 되는데, 너무 많아, 그럼 다듬기는 누가 하고, 그게 일인데.."

" 근데 저렇게 많은 걸 어떻게 처리하려고?, 서귀포에 가져다줄 수도 없고.."

" 부추김치, 겉절이, 부추전.. 해 먹을 게 없어서 못하나, 부추가 없어서 그렇지"

안 해보려고 온갖 애를 쓰는데 먹히지가 않는다. 할 수 없이 부추를 베어내야 한다.


그렇게 베어낸 부추를 다듬고 씻고 나니 저녁 6시가 넘었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중계도 못 보면서 작업을 마쳤다. 


자연이 주는 풍성함이 저녁상에 올라왔다.


늦은 저녁상에는  우영팟에서 수확한 각종 야채에 부추를 곁들인 건강한 겉절이가 올라왔다.

" 우리가 만든 우리 겉절이, 여기에 들어간 고춧가루도 우리 거.." 아내가 자랑스럽게 강조한다.


비 온 뒤 자연이 주는 풍성함은 저녁식탁까지 이어졌다. 

비는 자연과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 내일은 부추김치를 해야지." 아내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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