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은 온 가족이 함께 등교한다. 아이를 등교시킨 후 학교 근처 요가원으로 가기 때문이다. 우리 차는 디젤과 전기 두 대가 있는데, 내릴 줄 모르는 경유 값 때문에 장거리 외에는 전기차를 이용한다.
10만 Km를 코 앞에 둔지라 배터리 성능이 시원치 않은데, 겨울이 되니 빛 보다 빠르게 닳는다. 가까운 거리 아니면 히터도 켜기 힘들고, 장갑을 끼지 않으면 동상에 걸릴 것 같다. 두툼한 양말을 신고 무릎에 담요까지 덮어줘야 간신히 겨울을 날 수 있다. 가끔 이 차가 범퍼카와 다른 점이 무언지 제조사에 묻고 싶어 진다.
요가원에는 9시 15분부터 입장이 가능해서 30여분은 차에서 기다려야 한다. 히터도 켤 수 없는 차에서 30분 넘게 버티려니 발가락 감각이 무뎌진다. 이불속에 있을 때는 요가원에 가기 싫었는데 너무 추우니 빨리 가서 땀을 빼고 싶다.
대인배 니콜은 늘 그렇듯 이러네 저러네 말이 없다. 나 같은 경우 "와, 하늘 좀 봐 오늘 날씨 죽인다!" "아~ 비 오네 기분 정말 꿀꿀해." 기쁨과 슬픔을 즉각적으로 표현하지만, 니콜은 하늘만 한 번 쓰윽 바라보고 만다. 감정의 표현을 차곡차곡 쌓아뒀다 글로 풀어내는 타입이다.(글 속에서는 잘도 울고 웃는 천상 작가)
취향도 성향도 극과 극이라서 그런지 요가에 있어서도 통일되는 법이 없다. 니콜은 팔다리의 유연성이 좋아서 비비 꼬고 쭉쭉 펴는 동작을 잘하지만 부장가 아사나처럼 힘이 받쳐줘야 하는 동작에는 약하다. 복근과 팔근육이 약해서 그렇단다.
나의 경우 어깨 쪽이 많이 굳어 있어 팔을 꼬는 동작에 약하고 전반적인 유연성이 떨어진다. 거기다 화가 많고 욱하길 잘하는 편이라 목이 많이 굳어있다. 뒷 목이 바닥에 잘 닿지 않는 걸 보신 선생님께서 단 박에 맞춰버리셨다.
"소보로님은 화가 많은 편이시죠?!"
평소에 왼쪽 무릎이 시원치 않았는데 요가를 시작하고 가끔씩 힘들 때가 있다. 선생님께서는 그 단계를 넘어서면 좋아진다고 하시는데 자꾸 걱정이 되니 동작에 겁을 먹게 된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해야 하는데 초반에 너무 욕심을 냈던 게 아닐까 싶다.
차담 시간엔 선생님의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귀한 반 건시를 맛볼 수 있었다. 얇고 쫄깃한 껍질을 한 입 베어 무니 곶감도 아니고 홍시도 아닌 것이 보이차와 만나 입속에서 강강술래를 추고 있다.
무릎에 쏠려 있던 신경을 차와 반 건시 쪽으로 돌려서 일까, 시큰거리던 무릎이 다소 부드러워진 기분이다.
아직 수련 중에 정신을 집중하기 힘들 때가 많다. 니콜의 숨소리가 커지면 걱정이되기도 하고(니콜은 반대로 나를 걱정한다) 뜬금없이 예상치 못한 잡생각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하타요가는 몸으로 하는 명상과도 같다는데 이렇게 힘든 상황에도 정신을 집중하기 힘든 걸 보면 그냥 앉아서 하는 명상은 꿈도 못 꿀 거 같다.
얼마 전 작업한 스토리닷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명상 / 용수 지음>에서는 이렇게 아프고 집중하기 힘든 것이 잘하고 있는 것이란다. 오히려 챠크라가 열린다거나 신비한 경험을 한다거나 하는 것을 조심하라고 한다. 아직 요가와 명상 초짜 인지라 뭔진 잘 모르겠으나 유명하신 스님께서 잘하고 있는 거라고 하니까 위안이 된다. 이 책을 디자인하고 요가를 시작하게 된 것도 운명 같은 게 아닐까.
요가원 계단을 내려오는데 다리가 풀려 휘청거렸다. 무릎도 다시 아픈 것 같다. 다행히 오후가 되니 날이 많이 따듯해졌다. 앞서가는 니콜과 힘겹게 뒤따르는 내 모습이 유리에 비친다. 구부정한 모양새가 네안데르탈인과 닮았다. 태초의 우리 모습을 찾는 것이 요가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