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자재 3 09화

흙 만지는 삶의 중요성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저는 선천적으로 체력이 약한 탓에 잔병치레가 많습니다. 잡다한 질환이 계속 이어져서 건강할 틈이 없지요. 여러 질병 가운데 저를 가장 괴롭히는 놈은 면역 항진, 면역이 지나치게 항진되어 염증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 놈은 한의사로서 가장 활동적일 40대 초중반에 가장 심했으니 이른 나이에 저를 진료에서 은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제자에게 서울 종로의 한의원을 물려 주고, 요양 목적으로 제주에 입도한지 어느덧 9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제주에는 저처럼 요양을 위해 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따듯하고, 물 맑으며 공기 좋아서 그렇겠지요. 그런데 저는 요양하려는 사람에게 기온과 물 그리고 공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더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것은 바로 흙입니다. 어디든 땅이 있지만 흙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장소는 한정되지요. 이에 흙을 맨발로 밟고, 맨손으로 만질 수 있는 곳에서의 요양을 권합니다. 흙이 주는 힐링이 작지 않섭니다.


흙은 오행(五行) 관점에서 토(土)에 속하지요. 그런데 토는 오행의 중심입니다. 음양 오행의 언어 도구로 인체의 생리, 병리 현상을 해석하는 한의학에서 소화기를 가장 중시하는 이유도 소화기인 비위(脾胃)가 오행의 토에 배속되기 때문이지요. 소화기가 충실한 상태에선 중증일지라도 회복 가능성이 높고, 경증 환자라도 소화기가 부실하면 만성병으로 악화되기 쉬움을 지난 글에서 강조했습니다.


건강을 위해 흙 만지는 생활의 중요성은 한의학 이론만으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특히 면역 균형이 어긋난 질환의 치료는 과학적인 관점에서도 흙이 중요합니다. 인체의 장(腸) 속에 있으면 면역 균형을 돕는 미생물이 흙에 매우 많거든요. 현대인에게 알러지, 자가면역 같은 면역 문제가 적지 않음은 장(腸)에 이러한 미생물이 부족한 탓이고, 이는 흙을 멀리하는 생활 환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생 후반기를 제주에서 보내기로 결심한 저는 입도하자마자 정원 있는 주택을 마련했습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아닌 흙을 직접 밟고, 만지기 위해서지요. 이후로 매일 저는 정원에서 가드닝을 하는데 저에게 가드닝은 단순한 취미가 아닙니다. 힐링이지요. 면역 균형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인 흙을 가드닝 통해서 영접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콘크리트 속에선 흙 냄새가 이렇게 좋은지 몰랐습니다. 정원에 물을 줄 때마다 피어 오르는 싱그러운 풀 냄새와 풋풋한 흙 냄새. 그 냄새들을 맡으면 제 몸 안으로 건강한 토(土)의 기운이 스며듦을 느낍니다. 오행의 중심인 토(土)가 제 안에 들어와 면역 중심을 잡아 주는 것이지요. 이에 온갖 방법으로도 알러지, 자가면역 같은 면역질환이 치유되지 않는 분에게 흙 만지는 삶을 권합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요양 생활에 한가지 더 추가하세요. 흙 만지는 삶 말입니다.




제주 관자재한의원 특진의 손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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