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자재 3 10화

약이 되는 흙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이번 글은 25년전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당시 새내기 한의사였던 저에겐 커다란 딜레마가 있었지요, 약재 문제였습니다. 지금은 한의원에 공급되는 한약재가 의약품용으로 구분되어 엄격하게 관리되지만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당시엔 한약 달이기 전에 약재를 세척할지 고민 많았습니다. 약재에 흙 묻은 경우가 있었거든요. 세척하면 흙물이 뿌옇게 나왔기 때문에 약재를 씻고자 한의원 탕전실에 대형 욕조를 설치한 선배도 계셨습니다.


그러나 물로 씻으면 약효가 빠져 나오는 탓에 세척이 망설여졌습니다. '청결'과 '약효' 사이에서 딜레마였던 것이죠. 고민하던 저에게 스승님이 한마디 던지셨습니다. "약재에 묻혀진 흙은 약이야." 흙도 약이라는 가르침이 처음엔 수긍되지 않았지만 점차 시간 지나 견문 넓어지고, 경험 쌓이니 달라지더군요. 의약품용으로 한약재가 별도 관리되어 중금속과 곰팡이 독소 검사 등이 이루어지면서부턴 한약재의 흙 걱정이 기우로 그치게 되었습니다.


실제 흙은 약재로도 사용됩니다. <동의보감>에는 약으로 쓰인 흙들이 여럿 나열되지요, 이에 약재의 흙도 약이라는 스승님 말씀이 단순한 변명은 아닌데 도시의 콘크리트 속에서 흙 만지고, 흙 밟을 일 없는 현대인에겐 특히 더 의미하는 바가 크겠습니다. 자가면역이나 알러지처럼 면역질환을 가진 환자는 흙 접촉하는 생활이 치료법이라고 앞선 글에서 강조했었지요. 비약이겠지만 면역 불균형인 분들에겐 세척된 한약재보다 흙 묻은 약재가 치료에 더 도움될지 모르겠네요. 중금속으로 오염되지 않은 흙이라면 말입니다.


흙과 관련하여 황사 이야기를 해봅니다. 미세먼지로 인해 중국발 황사가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졌지만 이러한 황사에도 장점이 있답니다. 토양의 산성을 중화시키는 것이죠. 산성비도 황사에 의해 중화되고요. 토양이 산성화되면 식물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황사는 토양에 비료 역할을 합니다. 아울러 바다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에 무기염류를 제공하여 물고기의 먹이감을 늘리기도 하지요.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황사의 또 다른 장점은 지구 온난화를 막는다는 겁니다. 대기층의 황사에 태양 에너지가 반사되어서지요. 이에 황사는 동아시아 지역의 온난화를 낮추는 데에 기여합니다.


중국의 산업화로 황사가 중금속으로 오염되면서 황사의 장점을 강조할 수 없게 되었지만 과거엔 중국발 황사가 우리 건강에 도움되는 면도 있었습니다. 황사를 통해 코로 마시고, 입으로 먹은 흙먼지들이 토양, 바다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체의 면역 균형에도 중화 역할을 하니까요. 이번 글은 독일 어느 유치원을 언급하면서 마치겠습니다. 흙놀이로 더러워진 손을 씻기지 않고 간식을 먹게 하는 유치원에 우리나라 부모가 항의했더니 이렇게 흙도 먹어야 알러지 없이 건강하게 자란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하네요. 약이 되는 흙이라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제주 관자재한의원 특진의 손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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