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이번 글에서도 흙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소화기가 중요해선데요. 앞서 언급한대로 한의학 관점에서 소화기인 비위(脾胃)는 흙(土)에 비유됩니다. 보통 소화기가 약하다고 하면 식물 키우는 화분에 흙이 부족한 상태로 볼 수 있는데 콘크리트 장벽 속에서 흙 접하기 어려운 현대인에게 이런 문제가 빈번하지만 실제 임상에선 다른 원인의 소화기 질병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것이 오늘 글의 주제이지요.
화분에서 식물을 잘 키우려면 화분갈이가 주기적으로 필요합니다. 식물 뿌리가 커지는 이유도 있지만 화분갈이의 주요 목적은 단단해진 흙을 교체하는 것이지요. 시간 흐를수록 화분 속의 흙은 다져지기 마련인데 흙 굳으면 물을 주어도 흙에 고루 스며들지 않고, 가장자리로 빠져나가 뿌리가 수분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게 됩니다. 관수할 때에 수분 공급의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죠. 이 문제는 화분갈이로 단단해진 흙을 풀어야 해결됩니다.
현대인의 소화기 질환은 화분에 흙이 부족한 것보다 그 흙이 굳어지는 문제가 더 많습니다. 한의학에선 흙 굳어지는 병리 현상을 토울(土鬱)이라 명하는데 토울하면 토극수(土克水)로 물이 부족해지니 이는 화분 속의 굳은 흙에 수분이 고루 스며들지 않고, 갈라진 가장자리 틈으로 새어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현대인에게 만성적인 탈수로 음혈(陰血), 즉 체액과 혈액이 부족함은 수분 섭취가 적어서가 아니라 물을 마셔도 그것을 효율적으로 흡수 못하는 토울(土鬱) 상태이기 때문이죠.
토울로 인한 음혈 부족으로 몸이 건조하고, 피곤한 것인데 토울을 먼저 풀지 않고, 음혈 보충하는 보약이나 건강보조식품만 섭취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보충된 음혈이 단단하게 굳은 흙의 갈라진 가장자리로 계속 새어나갈 뿐입니다. 이런 경우엔 굳은 흙을 헤쳐주어야 해결되지요. 굳은 흙을 부드럽게 풀면 보약이나 건강보조식품 없이 음식만으로도 음혈이 충분하게 흡수, 보충됩니다. 음식을 적지 않게 먹는데 항상 피곤하거나 물을 충분히 마시는데 몸 건조한 분들은 토울 문제에 주목하세요. 화분 속의 흙이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보약과 건강보조식품만 찾지 마시고, 화분의 흙이 굳은 문제임을 직시해서 그 흙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굳어서 울체된 흙을 풀어주는 해토(解土) 치료법은 한의학이 효과적입니다. 관련 약재들이 많지요. 따라서 환자 입장에선 토울을 풀어주는 치료법보다 흙이 굳지 않도록 만드는 섭생법이 더 중요하겠습니다. 화분 속 흙은 시간 흐르면 다져져서 자연스레 굳기 마련이지만 화분을 관리하는 방법에 따라 흙 굳는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거든요. 다음 글에선 흙 굳는 속도를 늦추는, 토울 예방법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표적인 토울 질환이 당뇨병이니 당뇨 예방과 치료에 관심 있으신 분들의 기대 바랍니다.
제주 관자재한의원 특진의 손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