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자재 3 12화

설거지 힘든 음식에 주의하세요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이번 글은 앞서 약속한대로 소화기의 기운이 굳어 음혈(陰血, 체액과 혈액)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는 토울土鬱 문제의 예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토울을 비유컨대 화분의 흙이 단단히 뭉친 탓에 물 주어도 그 수분이 식물 뿌리에 온전하게 흡수되지 않는 상태라고 했지요. 화분 속에 흙은 시간 흐르며 자연적으로 점차 굳는데 인체의 비위脾胃 기운은 무슨 이유로 뭉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비위 기운이 뭉친 토울은 음식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토울을 야기하는 음식이 있는 것이죠.


토울 일으키는 음식은 쉽게 파악됩니다. 먹거리의 감각적 물상에서 바로 드러나거든요. 끈적끈적하고, 찐득찐득하며 축축 늘어나는 음식이 소화기의 기운을 뭉치게 만듭니다. 끈적이고 찐득거린 먹거리는, 설탕이나 액상 과당이 들어가서 단맛 나는 음식이지요. 추욱 늘어지는 것은 밀가루 반죽이고요. 네 그렇습니다. '설탕(액상 과당)'과 '밀가루'가 인체의 토울을 야기하는 대표 음식입니다.


웰빙 열풍으로 채식 붐이 불었던 과거에 '풀 먹는 한의사'라 불릴 정도로 환자들에게 채식을 권하던 제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습니다. "채식하는데 왜 컨디션이 좋지 않을까요?"인데 그 이유가 바로 토울입니다. 육식을 금한 보상 심리로 단 음식과 밀가루 식품을 탐닉한 결과 비위 기운이 울체되어 음혈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컨디션이 엉망이었던 겁니다. 평소 소화기가 건전치 못한 분은 채식하면서 설탕과 밀가루를 탐닉할 바에는 육류를 적당히 먹되 설탕, 밀가루를 자제하는 것이 건강에 더 바람직하지요.


따라서 저는 토울 조짐이 있는 환자에겐 채식보다 설탕과 밀가루 같은 정백 탄수화물의 자제를 강조합니다. 토울 관점에선 육류보다 정백 탄수화물이 더 해롭기 때문이죠. 그런데 토울로 악화되면 결국 육식 역시 멀리해야 합니다. 토울 상태에선 육류의 해로움이 가중되거든요. 이는 마치 흙 굳은 화분에 유기 비료를 잔뜩 쌓는 것과 같습니다. 흙이 뭉쳐서 관수된 물조차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데 비료까지 주면 비료가 부패하여 식물에 오히려 독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체의 토울 상태에선 육식을 섭취하면 장腸에서 육류 독소가 더 많이 흡수됩니다.


기름이 덕지덕지 발라진 그릇은 설거지가 무척 번거롭지요. 토울 상태에서의 육식은 기름 묻은 식기들을 쌓아두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의 설거지는 큰 노동이 되듯이 토울 환자가 육류를 소화, 흡수시키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지는데 그렇지 않아도 토울로 인해 음혈 부족하여 체력이 떨어진 상태라 무척 힘듭니다. 특히 토울 환자에겐 설탕으로 양념된 육류가 가장 부담됩니다. 설탕이 토울을 심하게 하고, 심해진 토울은 육류 소화를 방해하니 설상가상인 셈이죠.




제주 관자재한의원 특진의 손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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