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화분 속의 흙이 단단하게 뭉치는 것처럼 인체의 소화 기운이 굳는 토울(土鬱)을 예방하려면 끈적거리는 설탕과 축축 늘어지는 흰밀가루를 절제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설탕과 흰밀가루 같은 정백 탄수화물을 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육류를 금하는 채식보다 어렵지요, 그만큼 우리 주변엔 설탕과 흰밀가루 들어가는 음식이 많습니다. 특히 가공식품은 대부분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백 탄수화물이 엄청나게 사용됩니다.
따라서 저는 건강한 사람에겐 토울 예방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정백 탄수화물 들어가는 음식이 많은 현실에서 오히려 역효과이니까요. 이에 저는 토울 조짐이 있거나 토울 문제가 시작된 환자에게만 정백 탄수화물의 절제를 권합니다. 이는 채식보다 우선되지요. 토울 환자에겐 채식보다 정백 탄수화물 억제가 더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토울 문제가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것이 이번 글의 주제입니다. 토울의 자가 진단 말이죠. 토울을 스스로 진단하는 방법은 초기 단계엔 어렵지 않습니다. 토울은 소화 기운이 굳는 것이니 자신의 소화 상태를 보면 되지요. 소화불량이거나 속쓰리거나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거나 신물 넘어오거나 식욕 자체가 없으면 토울의 시작입니다. 이러한 증상을 지닌 분들은 "아... 이제 정백 탄수화물을 멀리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한의학에서 토울(土鬱) 개념은 소화기 질환보다 넓습니다. 소화 문제가 동반되지 않는 토울이 있지요. 당뇨병이 대표적입니다. 당뇨병은 비위(脾胃) 기운이 뭉쳐서 체내 음혈(陰血)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 전형적인 토울 질환이지요. 당뇨 환자가 물 마시기를 갈구하고, 계속 음식을 먹으려는 이유가 토울 탓에 음혈이 온전하게 흡수되지 않아섭니다. 화분의 흙이 굳으면 식물에 관수해도 말라서 시들듯이 말이죠.
그리고 암 역시 토울 문제입니다. 암(癌)이란 한자는 산(山)처럼 많이 음식을 먹고(口) 먹고(口) 또 먹음(口)을 상징하지요. 과식, 야식으로 소화 기운이 울체되면 암이 발병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암도 토울에서 비롯되는 질환입니다. 3명 중 1명 꼴로 암에 걸리는 현대인에게 토울은 단순 소화 문제를 넘어선, 아주 광범위한 병리 현상이지요. 이는 설탕과 흰밀가루 같은 정백 탄수화물을 경계해야 할 사람이 의외로 많음을 반증해줍니다.
특히 피부가 노란분들은 토울되기 쉬운 체질이니 주의하세요. 아울러 안색이 점차 노래지는 사람은 토울이 병리적으로 발현되고 있으니 소화 상태가 정상일지라도, 당뇨병이나 암 환자가 아닐지라도 토울을 풀어주는 한의치료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전신 부종과 비만 역시 토울 문제이지요. 현재 제가 토울 치료를 전문하는 한의원을 제주에서 개원한 이유가 이처럼 토울이 현대인에게 만연된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제주 관자재한의원 특진의 손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