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 김영옥 작가의 『돌봄의 상상력』
제주에 내려와 가장 많이 드나든 동네 책방은 ‘아무튼 책방’이다. 도서 ‘아무튼’ 시리즈 중 하나가 아니라 책방 이름이 ‘아무튼’이다. 제주에 있는 수많은 동네책방들은 주로 외곽지에 자리 잡고 있어, 도심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아무튼 책방’이 누구보다 반가웠다.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도서관 바로대출 서비스를 시작으로 책방지기 님의 추천을 받아 이런저런 북토크와 책모임에 참여하며 책방의 단골 아닌 단골이 되었다.
아무튼 책방은 돌봄과 공동체, 인문학 위주의 모임이 특화되어 있다. 책방지기 님이 올해 큰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했다. 매월 1권의 돌봄 관련 책을 함께 읽고 깊이 있게 공부해 보는 모임으로, 강사는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http://okeesalon.org/)’ 운영자인 김영옥 선생님이다.
1월 20일(월) 열 명의 수강생과 선생님은 줌으로 만났다. 앞으로 1년간 함께할 사이, 선생님은 독서모임 참여자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하나씩 짚었다. 첫째, 모두가 발화자이다. 자신의 강의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온 모든 참여자가 질문하고 의견을 내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려면? 책을 다 읽고 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둘째, 각자의 독서방법에 대해 두 가지를 준비하고 올 것을 당부했다. 먼저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떠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할 것, 그중에 독자인 나에게 온 문장을 적어보라고 했다. 여기서는 ‘내가 휘말린 문장’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이러한 문장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내가 휘말린 문장에서 나는 ‘잃어버린 나를 만나는 것’이다. 동시에 ‘도래하는 나를 만나는 것’이다. 지금 여기 있는 나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지 않는 책은 아무 의미가 없다.
셋째, 독서모임을 통해 어떤 집단성을 경험하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 혼자 읽고 마무리한 책과 독서모임에서 함께 이야기로 확장시키는 단계까지 나아간 책은 결코 무게감이 같지 않다.
이 날 모임의 책은 지난해 말 선생님과 류은숙 저자가 함께 펴낸 『돌봄의 상상력(코난북스, 2024)』. 전 생애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아이 돌봄과 부모 돌봄, 간병 돌봄에서 나와는 상관없다고 치부하거나 굳이 들여다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장애 돌봄, 성소수자 돌봄, 방문진료 등의 영역에서 활동한 사람들의 경험이 담겨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각 글의 등장인물은 단지 가명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인물을 포개 만든 캐릭터이고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했다”(p.8)고 밝혔듯이, 개별 사례가 갖는 특수성만이 부각되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어제 강의에서는 ‘돌봄 시민’이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 박혔다. ‘돌봄’의 경험은 미천하고 ‘시민’이라는 자각 또한 희미한 나에게는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이었다. 1년에 걸친 ‘김영옥 선생님과의 돌봄 공부’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고립이 아닌 관계로 나아가는 ‘돌봄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