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은 우리의 내면이 채워지고 있다는 신호였을지도

휴일 아침, 아이와 팬케이크를 만들다가 문득 든 생각

by 제주껏

아이와 함께 보내는 휴일 아침,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볼까 해서 팬케이크 가루를 사왔다. 아이는 그럴 듯한 요리활동을 한다는 사실에 신이 났다. 내 입장에서는 계란과 우유 한 컵을 넣고 가루와 잘 섞어서 팬에 부쳐내면 나름 멋진 팬케이크가 완성되니, 엄마 역할을 하는 뿌듯함이 든다.


걸쭉하게 잘 풀어진 반죽을 한 국자 떠서 팬에 부었다. 팬케이크 반죽은 얌전하게 점점 원을 키우면서 신기하게도 내가 아는 그 팬케이크 크기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어느 정도 익혀야 하지? 사용설명서를 보니, 2~3분쯤 중불에서 익힌 뒤 윗면에 기포가 생겨나기 시작하면 뒤집어서 다시 2~3분을 익히라고 되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점 같은 기포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이도 신기하게 바라본다. 2~3분은 생각보다 길었다. 멍하니 익어가는 팬케이크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동그란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에 하나둘 올라오는 기포는 마치 뾰루지가 아닐까 생각이 이어졌다.


내 얼굴에도 저렇게 여드름이 올라왔었지. 아이도 사춘기가 되면 여드름 때문에 꽤나 괴로워하겠지? 여드름은 왜 생겨나는 걸까? 피지 분비가 왕성해져서 일텐데, 그 힘이 얼마나 컸으면 멀쩡한 피부 거죽을 뚫고 화산처럼 터져 나올까?


팬케이크 반죽 안에 자리잡고 있던 공기들은 팬에서 계속 열이 가해지자 밖으로 나갈 길을 찾았을 것이다.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안에서 차오르는 열기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위로 위로 향하다가 얼굴에 다다라 분화구를 만드는 순간, 그것이 여드름이 되는 것.


우리가 성장할 때는 그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만 열정과 에너지라는 것은 자신의 힘을 통제하기는 어려워서 아름답거나 조율된 모습으로 외형화되지는 않는다.


혹시 맛있는 팬케이크를 상상하고 들어왔다가 여드름 얘기로 입맛을 버렸다면 양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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